알뜰폰 업계가 새로운 요금제 설계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1월 파격적인 요금제로 돌풍을 일으켰지만, 수익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경제적 매력이 줄어든 요금제를 내놓으면 알뜰폰 열기가 가라앉을 수도 있다. 요금제 마감을 앞두고 치열한 눈치작전이 예상된다.
알뜰폰 업계에 따르면 4월 우체국 알뜰폰 신요금제 출시를 앞두고 요금제 설계 작업이 한창이다. 우체국은 3개월에 한 번 알뜰폰 요금제를 내놓는다. 현재 1월 출시한 요금제가 판매되고 있으며 새로운 요금제는 4월 1일 출시된다.
우체국에 입점한 10개 알뜰폰 업체는 오는 18일까지 신요금제를 제출해야 한다. 업계가 고민에 빠진 이유는 1월 요금제 파장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우체국 알뜰폰은 1월 초 선보인 에넥스텔레콤 `제로요금제`와 이지모바일 `399무제한` 요금제가 폭발적 인기를 끌면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지난 11일까지 불과 두 달 열흘 만에 가입자가 17만8000명에 달했다. 가입자 폭증을 이기지 못한 업체들이 가입을 일시 중단하지 않았다면 가입자는 훨씬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제로요금제는 기본료가 무료이고, 399무제한 요금제는 3만9900원으로 통화와 데이터를 무제한(10GB+일2GB) 사용할 수 있는 점이 부각됐다.
파격적 요금제를 부담할 여력이 남았는지가 관건이다. 가입중단 사태가 반복되면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 고객센터를 늘리고 가입작업 인력을 늘리고 있지만 하루 최대 3000건 이상 개통하기에도 벅찬 상황이다.
더 큰 고민은 수익성이다. 제로요금제와 399요금제 모두 알뜰폰 업계에 엄청난 홍보효과를 선물했지만 수익성에는 의문부호가 남는 게 사실이다. 알뜰폰 업체는 도매대가, 기본료, 개통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이동통신사와 우체국에 지불해야 하는 돈이 많다. 과연 이런 지출을 감수하면서 파격적 요금제를 지속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렇다고 후퇴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자칫 수익성을 잡기 위해 지금보다 못한 요금제를 내놓으면 알뜰폰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식을 우려도 있다. 파격적인 요금제를 지속 출시해야 알뜰폰으로 쏠린 눈길을 붙잡아둘 수 있는 것이다.
알뜰폰 업계는 신요금제 접수 마감기한인 18일 늦게까지 치열한 눈치작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한 알뜰폰 업체 임원은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요금제 설계를 끝내지 못하고 있다”며 “타사 동향과 고객반응을 마지막까지 살핀 뒤 요금제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