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전 세계 인터넷전문은행 벤치마킹해보니...IT산업자본이 `지배`

세계적으로 성공한 인터넷전문은행 분석 결과 IT산업자본이 대거 유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에서 지향하는 순수 모바일 채널만을 고집하지 않고 오프라인 채널을 혼용하거나 유통, 자동차 등 대형 산업자본이 유입돼 시너지를 배가시켰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한국도 앞선 해외 인터넷전문은행의 외형과 비즈니스 모델을 꼼꼼히 분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자신문이 해외 인터넷전문은행을 비교한 결과 사업모델은 유럽형, 일본형, 미국형, 중국형으로 구분됐다.

유럽형은 금융사업자간 내부 합작이 많았고, IT시스템을 공유하고 있었다. 초기 IT 등 투자비용을 최소화하고 해외진출이 유리한 구조를 갖고 있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가장 발달한 국가로 손꼽히는 일본형은 이종업종 합작 구조가 가장 많았다. 특화영업과, 교차판매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고 통신과 유통, IT제조사 등 이종사업자가 금융사와 손잡고 이른바 `파괴적 합작`을 시도해 성공을 거둔 모델이 대부분이었다.

반면 미국은 비은행 금융사 중심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이 운영되고 있다. 증권(브로커리지 확장), 보험(저축예금 공락), 카드(지급결제 확장)사 등 모기업의 금융역량 확대를 위해 여러 비은행 금융사가 중심이다.

미국은 90년대 중반부터 금융전업주의 완화로 비은행 금융기관과 일부 제조사들이 업무 영역 확장을 위해 시장에 뛰어들었다. 95년 세계 최초로 설립된 인터넷전문은행 시큐리티 퍼스트 네트워크 뱅크도 비은행 금융기관이 주도했다.

중국은 정부정책 주도의 인터넷전문은행 모델이 많았다. 정부 지원 아래 대형 IT기업이 참여해 급속한 온라인 금융 확대를 가능케 했다. 알리바바, 텐페이 등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국가별로 인터넷전문은행의 지배구조와 사업성격이 달랐지만, 이종사업자와의 시너지를 최대 강점으로 내세우는 점은 동일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한국이 추진 중인 인터넷전문은행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일본형 모델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은행 고위 관계자는 “카카오뱅크와 K뱅크가 꾸린 컨소시엄과 사업 모델을 보면 일본 사업모델과 유사한 경향이 많다”며 “금융당국이 산업자본 규제를 일부 허용한다면, 세븐 뱅크, 라쿠텐 뱅크와 같은 파괴적 비즈니스가 나올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카카오은행은 빅데이터 기반 중금리 대출과 간편송금, 밴리스 간편결제, 유니버셜 포인트 사업 등을 준비중이다. K뱅크도 흡사한 사업구조를 보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인터넷전문은행이 현상 유지 수준을 뛰어넘으려면 민첩하게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 선결과제로 이종업종의 의결권 행사를 위한 산업자본 허용과 전통 은행 외에 다양한 금융사 참여, 유통 등 소비자 접점에 있는 이종사업자의 진입장벽을 낮춰야하는 법적 완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디지털 시대에 새로운 기회를 잡고 생존해 나가려면 디지털 환경에 대한 빠른 적응은 필수 요소다. 단순히 디지털 기술뿐만이 아니라 모바일 플랫폼과 소셜 미디어, 디지털 분석역량(analytics)을 포함한 넓은 의미의 디지털 환경에 발 빠르게 적응하고 이들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디지털 적응을 통해 고객들의 욕구가 무엇인지 선제적으로 찾아 대응하고 만족시키는 것도 필수다. 그러기 위해선 일본, 중국처럼 IT스펙트럼으로 금융업을 새로운 비즈니스로 창출시킬 새로운 지배구조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전세계 인터넷전문은행 설립형태(자료-우리은행)>

전세계 인터넷전문은행 설립형태(자료-우리은행)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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