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발전과 함께 이를 적용할 핵심 대상으로 자동차가 꼽히고 있다. 업계는 AI를 적용한 자율주행차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가로막는 관련 규제와 법규만 완화·철폐된다면 자율주행차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AI는 아직 완벽하지 않다며 안전문제를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어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15일(현지시각) 미 상원 상무위원회가 개최한 무인자율주행차 청문회에서도 이런 논쟁이 이어졌다. 산업 활성화를 위해 규제정비가 필요하다는 입장과 안전문제에 있어서는 양보가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이 팽팽히 엇갈렸다.
구글, 제너럴모터스(GM), 리프트, 델파이 등 자율주행차 관련 업체는 규제는 필요하지만 연방정부가 적극적으로 법을 정비하고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각 주정부에 분산된 자율주행차 관련 법률이 기술혁신을 가로막고 있다며 관련업체가 규제완화를 요구했다.
크리스 엄슨 구글 자율주행차 책임자는 “최근 몇 년간 23개주가 총 53개 자율주행 관련 규제법률안을 제정했다”며 “이대로 둔다면 자율주행산업이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는 지경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자율주행차 법령 초안을 내놨다. 반드시 운전면허가 있는 사람이 타고 있어야 한다고 규정했다. 비상시에 대비해 사람이 조작할 수 있게 반드시 운전대와 브레이크를 설치할 것을 명시했다.
운전자 개입이 필요 없는 완전 자율주행차를 개발해온 구글은 이에 반발했다. 실제 사람이 조작하게 한다면 무인자율주행차 의미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또 미국 50개 주가 각자 법을 만든다면 자율주행차가 주 경계선을 넘어다니기 힘들어진다고 주장했다.
마이크 앨번슨 GM 글로벌전략 부사장도 “몇년안에 운전자가 동반한 자율주행차가 선보일 것”이라며 “연방정부가 적극 개입해 관련 법을 하루속히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청문회는 두 달전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자율주행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일부 안전 규칙을 제외할 용의가 있다고 입장을 밝힌 후 개최됐다. 또 오바마 정부는 향후 10년간 39억달러를 자율주행차 분야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자율주행차 진영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온라인 매체 더버지는 청문회에서 구글 등이 해킹사고와 사고 책임 소재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에드워드 마키 상원의원은 “30년전 안전띠와 에어백 장착문제 청문회에서도 업계는 개별기업에 강요할 수 없다거나 기술진보를 가로막는다는 주장을 펼쳤다”며 “그러나 사람은 모두 안전을 보장 받기를 원한다는 사실을 업계는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시 커밍스 듀크 대학 교수도 “자율주행차 분야가 실험을 수행하는 방식에 있어 결함이 있다. 상용화 준비가 안됐는데 서두르는 것 같다”며 “도로에 물이 있는 상태에서 정차하는 것을 비롯해 기상 악화 환경에서도 운행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자율주행차에 호의적이던 여론도 신중해졌다. 지난달 구글 자율차가 길 위모래주머니를 피해 좌측 차로로 끼어들다가 직진 중인 버스 옆면을 들이받았다. 사고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자율주행차가 교통사고 책임을 지게 된 최초 사례로 기록됐다. AI가 완벽하지 않다는 방증이어서 자동차에 적용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여론이 형성됐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