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하이마트와 전자랜드에서 전기자동차를 구입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전국 규모의 매장을 갖춘 양사는 친환경 전기차 유통으로 매장 활용도와 이미지를 제고하고 전기차 관련 용품으로 매출 확대까지 노린다. 가전 전문 판매점이 전기차 유통을 시작하면 유통망이 부족한 국내 중소 전기차 업체에는 판로 확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하이마트와 전자랜드는 이르면 이달 말부터 전기차 판매에 들어간다.
롯데하이마트는 오는 18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자동차 운송사업 소매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정관변경안을 상정한다. 자동차 운송사업 소매업은 전기차 유통을 위한 것이다. 제조사와 판매 계약만 맺으면 되기 때문에 전기차 유통에 대한 법 및 제도상의 문제는 없다.
롯데하이마트 고위 관계자는 “조만간 하이마트에서 전기차 판매를 시작한다”면서 “파트너사와의 계약 때문에 업체 명을 밝힐 수는 없지만 해외 전기차 업체와 전기차 국내 유통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해외 전기차 판매와 별도로 제주 일부 지점에서는 르노삼성 전기차 모델도 판매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복수의 국내외 전기차가 판매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전기차 판매를 위한 사전 포석으로 하이마트는 한국전기자동차충전서비스와 매장 내 전기차 충전기 설치 사업에 착수했다. 하이마트는 연내 제주도 2개점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수도권과 광역시 위주로 충전기 설치 매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전자랜드도 전기차 유통을 신규 성장사업으로 정하고 복수의 국내외 전기차 제조사와 접촉하고 있다.
전자랜드 고위 관계자는 “전기차 유통에 많은 관심을 쏟고 여러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면서 “중국 BYD 등 외국 기업과 논의해 왔으며, 18일 개막하는 제주국제전기차엑스포에도 실무자들이 참가해 동향을 살필 예정”이라고 전했다.
전자랜드는 이달 말부터 4월 초까지 일부 점포에서 전기차 이벤트도 기획했다. 전기차에 대한 고객 반응을 살피기 위한 행사 성격을 띤다. 국내 중소업체가 개발한 3륜 전기차 등을 판매하면서 시장 분위기를 파악할 예정이다.
가전 양판점이 전기차 유통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매출 확대와 집객 효과, 친환경 이미지 제고 등 복합 요인 때문이다.
전기차는 기존의 자동차와 달리 대형 정보기술(IT) 디바이스로 보는 시각이 크다. 테슬러나 비야디(BYD) 사례에서 보듯이 전통의 완성차 업체뿐만 아니라 신생 업체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만큼 능력이 있는 파트너를 확보하면 매출 확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집객 효과라는 보이지 않는 기대치도 있다. 전기차라는 주목도 높은 새 상품을 갖추고 자동차에 관심 있는 고객을 매장으로 유인하면서 자동차 용품 판매로도 영역을 넓힐 수 있다. 고객이 모이면 기존의 가전제품 판매까지 늘릴 수 있다는 계산도 있다.
롯데하이마트와 전자랜드는 유동인구가 많은 전국 요충지에 로드숍 형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어 전기차 전시·판매에 유리한 점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형 가전유통점의 전기차 판매는 국내 중소 전기차 제조사에는 분명한 기회가 될 전망이다. 중소·중견 자동차 제조사는 기존의 완성차 업체와 달리 대형 전시장이나 판매장을 독자로 갖추기 힘들다. 가전 양판점을 통해 제품 소개, 전시, 판매 등이 가능해지면 마케팅 비용을 크게 들이지 않고도 고객 접점을 단번에 크게 늘릴 수 있다.
박경린 제주대 교수는 “일반 유통점에 전기차가 판매되는 건 전기차를 개발하고도 판로를 걱정하는 중소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