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간 전자무역 활성화, 법적 인프라 검토 필요

안병수 한국통상정보학회 회장 겸 서울디지털대학교 무역물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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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수 한국통상정보학회 회장 겸 서울디지털대학교 무역물류학과 교수. 사진=서울디지털대학교

[전자신문인터넷 이상원기자] 전 세계적인 수출 부진에도 불구하고 국경간 전자상거래 무역(Cross-border e-Commerce)은 지난 5년간 연 평균 115% 성장했다. 특히 기업과 기업(B2B)이 아닌 기업과 소비자(B2C)의 직접 거래 시장이 크게 성장 중이다.

실제로 미국의 사이버먼데이는 과거 특수한 일부 상업 문화로 인식됐으나 이제는 전 세계적인 쇼핑 행사로 거듭났다. 11월 11일에 열리는 중국 알리바바의 광군제 역시 마찬가지다.

국내에서도 국경간 전자무역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하지만 이를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은 걸음마 단계라는 지적이다.

안병수 한국통상정보학회 회장(서울디지털대학교 무역물류학과 교수)은 “전자무역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전촉법)이 전면 개정 된지 10년이 경과한 상황”이라며 “현재 전촉법이 적절하게 기능하는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를 위해 한국통상정보학회는 오는 25일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정책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정책 토론회에 대해 안 회장은 “국경간 전자무역의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는 토론의 장을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전자무역과 관련해 국내에서 손꼽히는 교수로 인정받고 있는 안 회장은 2006년 전자무역 촉진에 관한 법률 전면개정 시에도 자문위원으로 참여 한 바 있다.

인터뷰를 통해 국내 전자무역의 상황과 기업들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들었다.

- 우선 학회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 한국통상정보학회는 1998년 설립된 학회다. 최초 74인의 명의로 발기인 대회를 개최했고 현재는 종신회원이 약 460여명에 이르고 있다. 이름 때문에 통상무역 학회로 오인 받기도 하지만 무역 부문만이 아니라 정보통신 부문, 해외지역 부문, 서비스 부문 등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전자무역이 활성화되고 있다.

▲ 전자무역이 활성화된 이유는 IT의 발전과 함께 무역의 트렌드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기존 전자무역은 기업중심(B2B)이었다. 하지만 아마존과 알리바바가 등장하면서 개인도 전자무역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고 이로 인해 기업과 개인의 거래(BC)가 활발해지고 있다. 즉 누구나 클릭 몇 번이면 쉽고 싸게 전 세계에서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국경간 전자상거래 무역이 전체무역을 선도하는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 사실 처음에는 국내외에서 B2C무역에 대해 가볍게 생각했다. 이로 인해 심도 깊은 연구가 진행되지 못했고 관련 법도 빠른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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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법의 개정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 아닌가.

▲ 다양한 법에서 전자무역을 조금씩 다루고 있지만 이를 전문으로 다루고 있는 법은 없다. 그나마 관련된 법이라면 2006년에 전면개정된 전촉법 정도다. 하지만 이 법은 무역 관련 문서나 프로세스를 IT와 접목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즉 현재의 상황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존재한다.

실제로 현재 전자무역의 범위는 과거보다 훨씬 더 넓어졌다. 생각지도 못했던 B2C 무역이 툭 튀어 나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의 법률이 이를 수용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지 진지하게 검토할 시점이다.

하지만 법의 개정이 어렵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과거 전촉법 개정에 참여하면서 많은 경험을 했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제한된 범위에서 법개정을 추진하면서 관련 당사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아예 법 개정을 하지 않고 그냥 방임하는 것도 역시 선택가능하다. 좋은 방안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이번에 개최되는 정책 토론회는 이 부분에 방점을 찍었다. B2C 무역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전촉법이 적절하게 기능하고 있는지를 검토하고, 개정의 필요성과 그 방향에 대해서 논의할 계획이다. 여기서 논의된 내용이 향후 정부의 입법방향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에서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알리바바와 같은 기업이 나올 가능성이 있는가.

▲ 아쉽게도 태생적으로 어렵다고 본다. 과거 알리바바가 우리나라의 전자무역 사이트인 EC플라자나 EC21에서 아이디어와 노하우를 배웠지만 이제는 전 세계적인 기업으로 거듭났다. 이는 행운도 따랐지만 숨겨진 요인도 있기 때문이다.

알리바바의 성공 요인은 환경과 비즈니스 요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선 환경 요인으로는 90년대 인터넷이 확산될 무렵 중국이 전 세계의 공장 역할을 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당시 전 세계 기업들이 중국 기업에 아웃소싱을 원했지만 정보를 얻기는 힘들었다. 그 정보공급원 역할을 알리바바가 수행했다. 알리바바에 들어가면 중국기업의 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구매자(Buyer)가 모였고 그만큼 판매자(Seller)도 모였다. 또 판매자가 늘어나자 다시 구매자도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마련됐다. 여기에 B2C트렌드로 빠르게 전환했다.

비즈니스 측면에서는 알리바바의 유료 정책이 효과를 냈다고 판단된다. 알리바바는 상품을 등록하기 위한 회원 가입 시 일정 금액을 내야 하는 유료 정책을 펼쳤고 그 돈을 인프라에 재투자했다. 인프라가 좋아지자 더 많은 사람이 몰렸고 그렇게 모인 돈을 다시 재투자했다.

이런 선순환 구조가 지금의 알리바바를 만들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위의 경우와 다르기 때문에 당장은 어렵다고 본다.

-국내에도 온라인 판매 사이트들이 많다. 이들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 요즘 해외에서도 한국산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국내 온라인 판매 사이트를 이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하지만 해외 구매자를 위한 인프라가 부족한 편이다.

실제로 중국의 경우 구매자가 마켓플레이스에서 검색한 이후 위챗 등 메신저를 통해 제품에 대해 문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를 응대할 사람들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처럼 해외의 문화와 트렌드가 접목된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공짜 정책도 문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인터넷이라고 하면 무조건 공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로 인해 기업의 성장이 가로 막혔다. 알리바바처럼 일정부분 유료 정책도 도입할 만하다.

킬러 상품을 내세우는 것도 꼭 필요하다. 과거 아마존은 책이라는 킬러 상품에 특화했다. 전 세계에서 책을 구입하려면 아마존 이용은 필수였다. 하지만 아마존이 책만 파는 것은 아니지 않나. 아마존에 책을 구입하러 들어갔다 이것저것 사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킬러 상품을 내세운다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이는 거대 장터로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상원 (sllep@etnews.com)
전자신문인터넷 이상원기자 slle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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