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올해 하이브리드차량(HEV) 판매 확대를 위해 유럽 시장에 총력을 기울인다. 지난해 미국 HEV 시장은 15%가량 감소했지만 유럽 HEV 시장은 23% 이상 성장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오는 3분기 HEV 전용 모델 현대차 `아이오닉`과 기아차 `니로`를 동시에 투입해 시장 2위를 노린다.
15일 현대차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정몽구 회장은 올해 친환경차 판매확대 주요 거점으로 유럽을 지목하고 HEV 시장 2위를 목표로 내세웠다. 현재 유럽 HEV 시장은 토요타가 독주하고 혼다, 푸조, 포드 등이 2위 싸움을 펼치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HEV 주요 시장으로 유럽을 선택한 이유는 HEV 판매량이 매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유럽 HEV 시장은 21만7000여대로 전년 대비 23.1 성장했다. 지난해 9월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발생 이후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반면 주요 시장인 일본(약 81만대)과 미국(약 37만대)에서 HEV 판매량이 각각 14.4%, 17.4% 감소했다. 지난해 글로벌 HEV 시장은 전년 대비 11.6% 감소한 146만3000여대 규모를 기록했다.
현대·기아차에게 HEV 최대 시장은 미국이다. 지난해 미국에서만 전체 판매 49%에 달하는 3만1400여대를 판매했다. 다만 판매량은 매년 감소하고 있다. 2013년 3만7300대에 달했던 HEV 판매량은 2014년 3만4900대로 6.4%가량 감소했고 지난해에는 10% 이상 줄었다. 그 결과 지난해 현대·기아차 HEV 글로벌 판매량은 전년 대비 5.9%가량 줄어든 6만4000대에 그쳤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현대·기아차가 전기차(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판매량이 늘면서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에서 포드를 꺾고 4위에 올랐다”며 “다만 HEV 판매량만 유독 6%가량 감소해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해 왔는데 HEV 성장세가 돋보이는 유럽 시장을 공략하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HEV는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이 줄었지만 여전히 친환경차 시장 73% 이상을 차지하는 주력 차종이다. 때문에 토요타, 혼다, 포드 등 HEV 주요 업체는 일본, 미국 시장 대신 유럽 시장에 판매력을 강화하고 있다. 토요타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HEV 28만2871대를 판매, 전년 대비 7.7% 부진했다. 반면 유럽 시장에서는 전년 대비 23.9% 증가한 20만9000대를 판매했다. 유럽 HEV 전체 판매량 96%에 달하는 규모다. 올해에는 4세대 프리우스를 출시해 사상 최대 판매실적을 노린다.
현대·기아차가 유럽에서 판매 중인 HEV는 기아차 `K5 HEV` 한 종뿐이다. 지난해 판매량은 전년 대비 56% 감소한 310대. 2013년 첫 진출해 830여대를 판매한 이후 매년 반토막 이상 줄었다. 올해는 3분기 현대차 `아이오닉 HEV`, 기아차 `니로 HEV`를 동시에 투입해 반전을 꾀한다. 올해 아이오닉 해외 판매 목표는 1만5000여대. 이 중 대부분을 미국과 유럽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국내, 미국, 유럽 등에서 7만7000여대를 판매한다는 방침이다. 니로는 올해 글로벌 6만5000대 판매를 목표로 한다.
업계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이 유럽 HEV 시장 공략을 주문한 만큼 세일즈·마케팅 측에서 아이오닉과 니로를 전면 지원해 큰 폭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다만 아이오닉과 프리우스 정면 대결에서는 프리우스가 글로벌 시장에서 쌓은 명성이 높기 때문에 연비 경쟁에서 앞서는 모델이 시장 주도권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종은 자동차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