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고객은 요즘 인터넷이나 홈쇼핑으로 밥솥을 사기 때문에 매장에는 많이 안와요. 그나마 중국 관광객이 단체로 와서 인당 밥솥 2~3개씩 사가면서 활기가 돌아요.”
지난 14일 오후 찾은 용산 전자상가 전자랜드 가전제품 코너. 가장 눈에 띄는 진열대엔 쿠쿠, 쿠첸 밥솥이 줄지어 있었다. 전기 압력밥솥은 `유커(중국관광객)`가 한국에서 제일 많이 구매하는 국산 가전이다. 매장 곳곳에 붙어 있는 중국어 전단과 홍보문구는 마치 중국 전자상가에 있는 듯 했다.
용산 전자랜드 한 판매원은 “용산 전자상가가 침체돼 있는데 그래도 요즘 중국 관광객이 찾기 시작하면서 생기가 돈다”며 “상가 차원에서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어 설명 표기나 세금 환급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커가 늘면서 대응체계도 갖춰가고 있다. 중국인 고객이 밥솥 구매 상담을 원하면 쿠쿠전자나 쿠첸에서 제공하는 중국인 전용 콜센터에 바로 연결해준다. 상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중국어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용산역과 연결된 아이파크몰 디지털관은 보다 적극적으로 유커를 맞고 있다. 아예 중국어에 능통한 조선족 직원을 배치하기 시작했다.
한 조선족 직원은 “아이파크몰 디지털관을 찾는 단체 중국인이 최근 증가하는 추세”라며 “해당 고객을 응대하기 위해 중국어에 능통한 직원이 배치됐다”고 설명했다.
용산에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것은 주차장만 봐도 알 수 있다. 용산역 부근 주차장에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용 버스를 여러대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 신라아이파크 면세점 고객이지만 인접한 아이파크몰과 용산 전자상가를 찾는 관광객도 늘고 있다. 개별 관광객은 용산 전자상가를 많이 찾고 수십명 규모 단체 관광객은 주로 아이파크몰 내 가전 상가를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커가 정찰제인 면세점이나 양판점이 아닌 용산 전자상가를 찾는 이유는 대량 구매 시 흥정여부에 따라 가격 협상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이다.
전자상가 한 업주는 “내수 고객이 줄어 오랜 기간 침체기를 맞았던 용산 전자상가에 그나마 유커 고객이 늘고 있는 점은 아주 고무적”이라며 “3월 말로 예정된 신라아이파크면세점 그랜드 오픈을 기점으로 더 많은 중국인 관광객이 몰려와 용산 전자상가에도 활기가 띄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