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4일 미국 실리콘밸리. 화창한 날씨. 좌측 도로변 모래더미를 피해 우회전 하던 렉서스 SUV가 왼쪽에서 사거리를 건너던 시내버스와 살짝 충돌한 경미한 접촉사고가 일어났다.
대한민국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흔한 자동차 사고다. 하지만 이 사고의 나비효과는 전세계 미래학자와 법학자는 물론, 자동차와 IT업계를 뒤 흔드는 쓰나미로 다가왔다. 문제의 SUV는 33만㎞ 무사고를 자랑하는 구글의 자율자동차다. 사고원인은 차량 결함이나 구글 자율자동차 운영 프로그램의 버그(bug)가 아닌, 소위 ‘눈치 양보’를 프로그램이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사고로 자율자동차 교통사고의 책임 주체와 자동차보험 가입 주체 등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이슈들은 해당분야 지도층들이 해결할 일들이고, 필자의 화두는 과연 자율자동차가 필요하냐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서 시작한다.
미 연방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지난 2010년 총 3만2999건의 미국 고속도로 교통사고로 2400만대의 자동차 파손이 일어났고 3900만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발표했다. NHTSA는 이러한 교통사고 원인의 빅3는 △인간 운전자’의 과속운전(24%) △음주운전(23%) △운전 중 통화나 문자 사용 등 산만(distracted) 운전(15%) 등으로 분석했다. 그렇다면 음주, 졸음, 산만, 과속, 난폭, 보복운전 등을 하는 ‘인간 운전자’가 아닌, 교통법규 모두를 지키면서 운전에 감정이입이 전혀 없는 ‘다른 운전자’가 있다면,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어 국가적, 사회적, 그리고 개인적으로 좋은 일이다.
주위를 보면, 자가용이나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한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어르신들은 정신·육체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순간적이고 긴급한 판단과 반응이 필요한 운전을 하기엔 더 이상 안전한 사회구성원이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구 고령화 국가인 대한민국에서는 그 숫자가 기하급수로 늘고 있다. 정규교육보다는 사교육에 절대 의존하는 대한민국에는 매일 방과후가 되면 학교-학원-집을 연결하는 통근버스에 의존해야 하는 학생들이 수천만명이 된다. 아직까지 이동수단이 불편한 장애인도 생각보다 많다.
또 한시적인 운전 불가능자들도 많다. 매일 저녁만 되면 세계 정상급 음주문화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에서는 수백만명의 잠정 음주운전자들이 급조된다. 의료복지 또한 세계최고인 대한민국에서는 종합검진 마취약 등으로 인한 한시적인 운전 불가능자도 수십만명씩 생겨난다. 성범죄가 왠만해서는 더 이상 이슈가 되지 않는 대한민국 밤길 이동은 여성들에게 불안 그 자체다.
교통사고를 줄이고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본인 목적지까지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동하기 위한 수단은 무엇일까? 아마도 자율자동차가 적격일 것이다.
특히 자율자동차는 교통인프라 투자 절약과 경찰의 치안과 보호 본연업무 충실이라는 간접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현재의 도로와 교통 시스템은 ‘인간 운전자’의 필요와 행동에 따라 디자인됐다. 그 결과 교통인프라는 ‘인간 운전자’가 필요한 도로표시, 차선, 가로등이 있어야 하고, ‘인간 운전자’의 시선과 시거리에 방해가 되는 가로수 절목 등에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인공위성과 GPS로 운영되는 자율자동차는 이러한 교통인프라 투자가 필요 없고, 신호등 시스템 개발자는 준법정신이 철저한 자율자동차의 ‘꼬리물기’를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속도제한을 철저히 지키는 자율자동차들로 인해 속도제한을 안전하게 높일 수 있어 승차시간 절약은 물론 자동차용 연료 수입·소비량도 격감시킬 것이다. 필요할 때 언제든지 불러서 쓸 수 있는 자율자동차로 인해 자가용 소유의 필요성이 사라져 심각한 주차공간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자율자동차 시동을 열쇠가 아닌 수시로 변경되는 비밀번호로 하면 자동차 절도 역시 격감될 것이다. 설사, 시동을 걸었다고 해도, GPS 없이는 운전이 불가능한 자율자동차는 훔쳐도 10리도 가기 힘들다. 또한 모든 자동차의 운행상황을 인공위성으로 파악하는 경찰이 절도된 자율자동차 찾기는 식은 죽 먹기다. 이렇게 교통사고처리, 음주운전방지 등 교통관련 업무와 절도범죄 방지 업무 부담을 줄인 경찰은 본인의 본연 업무인 치안과 보호를 다른 분야(예를 들면 성범죄 예방과 검거)에 충실할 수 있다.
그래서 벤츠를 비롯한 세계 굴지의 자동차 제조사들과 구글 등 글로벌 IT기업들이 자율자동차 시장에 앞 다투어 뛰어들고, 미국을 비롯한 많은 선진국들이 자율차 환경조성을 서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율자동차가 가져올 어두운 미래는 없는 것일까?
※상세 내용은 IP노믹스 홈페이지(www.ipnomics.co.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신피터경섭 미국 특허변호사(법무법인 다래) peter.shin@darae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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