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과 구글 인공지능(AI) 알파고 마지막 바둑 경기 승자는 누가될지 관심이 쏠린다. 알파고는 3연승을 거뒀지만 4국 째 연속 실수로 구조적 약점을 노출했다. 하루 만에 알파고가 약점을 완벽히 보완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 9단이 복잡한 상황을 만들어 실수를 유도하는 게 승부를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
◇알파고가 드러낸 허점 “구조적 문제”
알파고는 지난 13일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매치 제4국에서 이세돌 9단에게 첫 패배를 거뒀다. 복잡한 국면으로 몰고 가자 연이어 실수를 범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이 9단은 3연패 뒤에도 밤새 동료기사와 기보를 분석해 성과를 냈다.
몬테카를로 트리서치 방식 한계라는 지적이 나온다. 알파고를 포함한 바둑 프로그램이 이 방식으로 다음 수를 결정한다. 다음 착수를 결정할 때 가능한 후보군을 선정한다. 계산을 통해 가장 높은 승률을 보인 수로 결정한다. 그러나 모든 경우의 수를 검토하는 것이 아니다. 복잡도가 매우 높은 경우 실수 가능성이 존재한다.
추형석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버그나 오류라기보다 오차로 보여진다”며 “바둑 경우의 수가 너무 많다보니 수를 선별해 검토하는데 그 과정에서 오차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프로6단인 김찬우 AI바둑 대표는 “구조적 문제다. 이길 확률이 높은 수를 찾아 두기 때문에 승기를 뺏기면 계속 이상한 수를 둔다”며 “알파고는 팽팽할 때 가장 잘 한다. 유리하면 완착이 나오고 불리하면 4국과 같은 연속 실수가 나온다”고 분석했다.
◇딥마인드 하루 만에 알파고 오류 개선할까
전문가들은 딥마인드가 하루 안에 패인을 분석해 알고리즘을 조정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딥마인드는 1~4국 데이터를 대국 기간 입력하지 않는다. 만약 약속과 달리 데이터를 입력한다고 해도 데이터량이 충분치 않다. 김진한 스탠다임 대표는 “하루 만에 4국과 같은 엉뚱한 수를 두지 않게 하는 것은 어렵다”며 “다른 부분과 균형을 고려해 세밀한 학습을 시키는 과정이 어렵고 스스로 유사한 상황을 최소 1만~10만 번은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추 선임연구원도 “하루 안에 알고리즘을 수정하는 게 쉬운 결정이 아니다. 미세 조정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기존 대국 데이터를 입력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세돌, 5국에서도 알파고 약점 노린 ‘신의 한 수’ 둘까
5국 승패는 이 9단이 치명적인 순간에 알파고 실수를 유도하고 응징하느냐에 달렸다. 4국처럼 매우 복잡하고 중요한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알파고 실수가 나오더라도 대세에 영향을 줄 정도가 아니면 승리 가능성은 낮아진다. 이 9단은 4국에서 알파고 세력을 크게 키워준 다음에 침투해 타개하는 전법을 썼다. 김찬우 대표는 “4국 때와 같은 전략을 구사하면 이 9단에게 충분히 승산이 있다”며 “모양이 넓으면 상대가 침투했을 때 계산하기 어렵다. 집이 넓으면 도둑이 들어올 때 잡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추 연구원은 “계산 착오 가능성은 1국부터 있었다. 4국에서는 치명적인 타이밍에 나왔고 실수가 우연히 중첩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알파고가 살짝 유리하겠지만 이 9단도 상대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