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공지능(AI) 알파고가 화제다. 복잡한 경우의 수 가운데 최선의 판단을 내릴 수 있음을 이세돌 프로기사와의 대국에서 확인했다. 이번 대국을 지켜본 대중의 반응은 다양했다. 인간을 이겼다는 사실에 대한 경이로움과 미래에는 지능을 지닌 기계에 의해 인류가 종말을 맞이할 수도 있겠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지금까지 기계는 인간의 근육과 두뇌가 하기 힘든 일을 도왔다. 무거운 것을 들어 올리거나 먼 거리를 갈 때 기계의 힘을 빌렸다. 전자계산기에 이어 컴퓨터가 나오면서 복잡한 계산을 사람보다 훨씬 빨리 해냈다. 그러나 ‘판단’은 인간의 몫이었다. 기계가 사람을 집어삼키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는 비록 바둑에 국한돼 있긴 하지만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나은 결과를 냈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알파고 덕에 AI와 딥러닝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점이 있다. AI를 단순히 소프트웨어(SW)의 알고리듬 개발로만 생각하고 접근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알파고는 1202개의 중앙처리장치(CPU)와 176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글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의 도움을 받아 컴퓨팅 파워와 저장 능력을 확장했다.
문제는 전력소모량이다. 알파고를 돌리기 위해선 단순 계산으로 170㎾의 전력이 필요하다. 알파고는 여타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를 사용하기 때문에 전체 전력사용량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2013년 기준 전 세계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가 소모한 전력량은 6840억㎾h였다. 이는 서울시가 15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과 맞먹는다. 인간의 두뇌는 어떨까. 연산, 저장 등을 위해 사람의 뇌가 사용하는 전력량은 대략 20W면 충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의 두뇌는 알파고보다 전력효율성이 훨씬 크다.
바둑은 정형화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정형 데이터를 계산하는 데 이 정도 전력을 소모하면 인간 정서와 관련된 판단을 내리는 비정형 데이터 처리 분야에선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할 것이다. 이번 대국으로 구글이 AI 분야의 선구자처럼 각인됐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사람과의 퀴즈 대결에서 압승한 IBM 왓슨의 기술 방식이 더 어려운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비정형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력 사용량도 더 많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종합하면 가정마다 이러한 AI를 사용하려 한다면 전력 사용량이 기하급수로 증가할 것이라는 의미다. 생각보다 빨리 AI 인프라가 보급된다면 사실상 버틸 재간이 없다.
물론 이 계산은 “사람이 기계보다 더 효율이 있으니 안심하라”는 메시지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AI는 더 발전해야 한다. 마치 높은 자릿수의 연산을 계산기에 의존하듯 우리 판단을 컴퓨터에 의존하는 분야가 더 많이 생겨날 것임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AI의 발전과 확대를 위해서는 인간 두뇌의 처리 방식을 모방한 저전력 소자 개발, 새로운 연산법과 그에 맞는 소자, 공정 개발 등 하드웨어(HW) 분야의 발전이 뒤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AI는 특정 계층을 위한 한계 기술에 머무를 것이 뻔하다. AI를 각 가정에 보급하려 한다면 전기사용료가 엄청날 것이기 때문에 빈부 격차가 정보 취득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전력 사용량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방향으로 AI가 발전해야 하는 이유다. SW 분야의 발전도 중요하지만 여기에 국한돼서는 안 된다.
몇 년 후 동일한 에너지의 소모 조건에서 다시 한 번 인간에게 도전하는 AI를 보고 싶다.
최리노 인하대 신소재공학과 교수 rino.choi@in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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