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 경매룰이 곧 확정된다. 월드컵 대진표쯤 된다. 결과에 따라 수천억원이 왔다갔다 한다. 누군들 민감하지 않을 수 없다. 경매 시작 가격만 2조5000억원 이상. 최종 낙찰가는 3조원 언저리다. 재할당까지 합치면 5조원짜리 큰 장이다.
주파수는 국민재산이다. 정부가 잘 관리해야 한다. 경매든 재할당이든 많이 받아내야 한다. 주파수만 받고 놀리면 낭비다.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 중소 장비업체도 일거리가 생긴다. 이쯤은 해야 관리를 잘했다는 소릴 듣는다.
이번 경매룰은 과했다. 경매 시작가가 비싼 건 그렇다 치자. 3년 지나면 물건 값 오르는 건 주파수라고 예외가 아니다.
망 투자 의무는 좀 따져 봐야 한다. 정부는 4년 안에 전국망 65%를 새로 깔라고 했다. 전국망이 있는데 또 깔라는 거다. 경부선이 있는데 옆에 철도를 하나 더 깔라는 격이다. 있으면 좋지만 낭비가 너무 심하다.
깔고 싶어도 그리 빨리는 못 까는 곳도 있다. 700㎒ 대역이다. 방송이 쓰던 곳이다. 이동통신용은 처음이다. 장비도, 단말도 없다. 개발해야 한다. 이 대역은 전파간섭 이슈도 있다. 무선마이크가 통신을 방해한다. 정부가 ‘B급 상품’을 판 셈이다.
더욱이 4세대(G)시대가 저문다. 5세대(G)가 온다. 그런데 수년 동안 4G 투자를 새로 하라니. 5G 투자도 인정해 준다지만 5G는 아직 실험실에 있다. 자기부상열차 시대가 오는데 새마을호 철로를 깔라는 느낌이다.
그러면서 정부, 국회, 시민단체 모두 통신비를 내리라고만 한다. 투자비를 회수했으니 내려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1970년대 깐 경부고속도로 통행료는 왜 아직도 받는지 모르겠다. 같은 논리라면 지금쯤 무료가 돼야 맞지 않은가. 2.1㎓ 대역은 공정성 논란까지 인다. 특정 통신사에 유리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도 고민이 많다. 불편부당하려고 노력했다는 점도 안다. 하지만 통신사를 ‘호주머니’ 취급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손을 넣으면 언제든 돈이 나오는. 아직 경매룰을 고칠 기회가 있다. 배를 가른 거위는 더 이상 황금알을 낳지 않는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