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인간이 할 수 있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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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데몰리션맨

영화 ‘데몰리션맨’을 보면 주인공 실베스터 스탤론과 샌드라 불럭이 가상현실(VR)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와 유사한 기기를 착용한 채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 미래에는 사랑마저도 VR에서 속삭여야 하는 상황을 연출했다. 영화의 시대 배경은 2036년이다. 늘 그렇듯이 기술 개발 속도는 상상보다 빠르다. 상호 교감하는 것만 빼놓고는 최근 기술과 별반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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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써로게이트

영화 ‘써로게이트’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VR를 넘어 써로게이트라는 로봇이 인간 대신 활동한다. 나약해진 인간은 그저 집에서 HMD를 쓴 채 로봇을 조종할 뿐이다. 인간의 안전을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지만 어느새 현재 자신의 모습에 불만족한 사람들이 하나 둘 써로게이트를 이용한다. 외모나 신체 능력 모두 자신보다 낫기 때문이다. 지금의 성형수술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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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매트릭스

‘매트릭스’는 VR 끝판 왕이다. ‘매트릭스’에서는 인간이 인지하는 현실은 사실 매우 정교한 VR 프로그램이라는 세계관이 등장한다. 사람들은 작은 통 안에 갇힌 채 VR를 실제로 받아들인다.

지난 9일 세계 최고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이 바둑 대결에서 구글 인공지능 컴퓨터 알파고(AlphaGo)에 졌다. 아직은 인간이 우세할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창의성과 직관이 인간만의 영역이라던 믿음이 무참히 깨졌다. 이제는 오히려 인간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반문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대국을 지켜보는 내내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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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이센테니얼맨

영화 ‘아이, 로봇’에서 윌 스미스가 로봇에게 “로봇이 교향곡을 쓸 수 있나, 로봇이 하얀 도화지를 아름다운 작품으로 바꿀 수 있느냐”고 묻는 장면이 나온다. 로봇을 개발한 인간의 존엄성과 위대함을 인식시키기 위해 던진 질문이다. 로봇은 오히려 “너는 할 수 있냐?(Can you?)”고 되묻는다.

인간 대체, 먼 미래가 아니다. 다가올 미래가 ‘매트릭스’가 될지 ‘바이센테니얼 맨’이 될지는 우리 선택에 달렸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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