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54개 상장사가 11일 주주총회를 개최하면서 슈퍼 주총데이 막을 올린다. 삼성은 주주친화 정책 도입이, 현대차는 오너 일가의 사내이사 재선임이 핵심이다. 오는 18일과 25일에도 상장사 주총이 집중되며 슈퍼 주총데이가 이어진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은 11일에 각각 12개 계열사와 5개 계열사 주주총회를 연다.
11일에는 54개사 주총이 열려 18일 266개사, 25일 410개사보다 적지만,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 주총이 있어 관심이 쏠린다.
삼성그룹에서는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SDS, 삼성SDI, 삼성전기, 호텔신라 등 12개 계열사가 주총을 개최한다.
삼성전자 주총은 주주친화 정책 도입이 주요 안건이다. 삼성전자는 주총에서 대표이사가 아니라도 사외이사 등 이사회 구성원이면 의장을 맡을 수 있도록 하는 정관 변경안을 상정한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면 회사 경영을 감독하는 이사회 운영의 유연성과 독립성, 감독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주주 신뢰를 높이기 위한 제도다. 대표이사와 이사회를 분리하는 것은 삼성물산, 삼성SDI, 삼성전기, 호텔신라 등 계열사들도 함께 도입한다.
삼성전자는 또 연간 두 차례까지 가능했던 배당도 분기마다 가능하도록 정관을 개정한다. 이익이 나면 배당을 통해 바로 주주에게 환원하겠다는 취지다.
이사진에도 일부 변동이 있다. 삼성전자는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하기로 했다. 사내이사는 윤부근 소비자가전(CE) 부문장(사장), 신종균 IT&모바일(IM) 부문장(사장), 이상훈 경영지원실장(사장)을 재선임한다.
삼성전기는 정광영 경영지원실장(CFO)을 사내이사로 선임한다. 정 실장은 삼성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 상무로 시작해 지난해 12월까지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 전무로 일했다. 이번에 삼성전기 CFO로 옮기면서 사업 조정이나 인수합병(M&A)을 추진할지 여부에 관심이 간다.
삼성SDI와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으로 탄생한 통합 삼성물산도 출범 후 첫 주주총회를 연다. 주주권익 보호를 위한 거버넌스위원회 출범 등 기존 주주친화 정책 기조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자리다.
최근 주가가 하락한 삼성SDS 주총도 주목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지난 2월 1일 보유 중이던 삼성SDS 주식 158만7757주(2.05%)를 매각했다. 이에 따라 삼성SDS 주가는 한달새 22만원대에서 19만원대로 떨어지면서 주주 불만이 높은 상태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현대건설, 현대제철 등 5개사가 주총을 개최한다.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회장을 현대모비스 등기이사에, 정의선 부회장을 현대차 사내이사로 재선임할 계획이다. 정 부회장은 오는 18일 열릴 기아차 주총에서도 사내이사로 재선임할 예정이다. 사내이사를 유지하며 책임경영을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녹십자 주총에서는 허은철 사장 단독 대표체제 전환 여부에 눈길이 간다. 녹십자는 주총에서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 중 조순태 부회장을 대상에서 제외했다. 조 부회장은 지난달 제약협회 총회에서 맡아오던 이사장직에서도 물러났다. 일선에서 물러나 후배 양성에 힘쓸 것으로 알려졌다. 조 부회장이 물러나면서 고 허영섭 회장 차남인 허은철 사장 단독 대표체제 전환이 전망된다. 허 사장은 경영수업을 거쳐 지난해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부임 첫해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3세 경영 닻을 화려하게 올렸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 최호 전기전력 전문기자 snoop@etnews.com,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