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가 지난 2014년, 국내 현금자동입출금기(ATM)실태조사를 보도한 이후 은행들이 ATM을 상당부분 개선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시중은행은 아예 휠체어가 못 들어가는 협소한 공간에 장애인 ATM을 같이 설치하고 시각장애인 ATM은 이어폰 단자를 막아 놓는 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2년이 흐른 지금, 본지는 장애인 ATM 실태점검에 또 다시 나섰다. 취재 결과 상당부분 개선된 것으로 확인됐다.
유동인구가 많은 공공기관 내 ATM과 공항 ATM 등은 장애인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가 개선됐다.
우선 연평균 유동인구 4000만명인 인천국제공항 내 시각장애인용 ATM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점검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안내단자가 막혀있지는 않은지, 음성안내서비스가 정상적으로 나오는지 체크했다.
ATM 앞에 서자 ‘시각장애인의 경우 연결단자에 이어폰을 연결하라’는 안내음성이 흘러나왔다. 설명대로 이어폰을 연결해봤다. 화면이 사라진 자리를 또렷한 목소리가 채웠다. 음성서비스 내용도 2년 전에 비해 달라졌다. 시각장애인에게 터치스크린을 보고 버튼을 누르라고 지시했던 이전과 달리 입출금 등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선 몇 번 버튼을 누르라고 목소리로 안내했다.
여의도, 광화문 등 다니는 사람이 많은 지역 시각장애인용 ATM 이어폰 단자도 막혀있지 않았다. 공공기관 내 ATM도 이어폰이 잘 연결됐으며 소리도 분명하게 들렸다.
은행별로는 KEB하나은행이 세심한 부분까지 고려했다. 다른 은행 ATM이 ‘거래를 원하지 않으시면 취소 버튼을 누르세요’라고 안내하는 반면에 KEB하나은행 ATM은 ‘취소 버튼은 숫자 3 버튼 바로 옆에 있습니다’고 안내했다. 사소하지만 ‘취소’와 ‘확인’ 버튼을 구분하기 힘든 시각장애인에게 꼭 필요한 설명이다.
3년 전만 하더라도 통합된 외환은행 ATM은 음성단자가 대부분 막혀, 시각장애인이 아예 사용을 할 수 없었다. 장애인 단체가 몰려 있는 국회의사당역 인근 장애인 혼용 ATM조차 장애인 이용에 필수인 음성안내단자가 모두 막혀 있었다. 의무 제공해야할 음성안내 이어폰은 물론 음성안내서비스도 나오지 않았다. 현재는 모두 개선됐다.
또 2014년 인천국제공항에 입주한 외환은행(현 KEB하나은행)이 ATM 시각장애인용 음성안내 단자를 막아버린 적이 있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안내 소리가 크면 민원이 발생한다는 이유였다. 외환은행은 당시 장애인용 ATM을 ‘사회적 약자를 고려한 은행권 최초 조치’라고 홍보했었다.
KEB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어폰 연결 잭이 막혀있다는 (본지) 보도가 나간 후 ATM을 바로 교체했다”며 “시각장애인연합회나 금융감독원에서 시행하는 ATM 전수 조사를 바탕으로 장애인 편의를 위한 ATM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이어 “장애인 수요를 고려해 지점마다 ATM의 절반 이상을 장애인 전용 ATM으로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결과제도 남아있다.
시각장애인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여의도 일대 26개 ATM 실태를 조사해본 결과 일반 안내 음성서비스를 시각장애인용 음성 서비스와 혼동해 제공하는 문제가 있었다”며 “시각장애인용 서비스에서는 통장정리가 안 되는 경우도 상당수”라고 지적했다. 이어 “2년 전에 비해 장애인용 ATM 운영 실태가 개선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이용에 불편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ATM 안내 멘트에서 이어폰 단자 위치를 설명해주지만 점자표시가 되어있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됐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감독원 내 IT감독팀에서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로부터 공문을 받아 후속작업을 진행했다”며 “통장정리 미제공 은행은 서비스가 빨리 되도록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