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현대차, SK, LG 등 30대 그룹이 올해 대내외 경영 여건 악화에도 지난해보다 5% 이상 늘어난 123조원을 투자한다. 대규모 시설투자를 통한 경쟁 우위 전략으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다. 정부도 전담반을 꾸려 주요 투자가 빠르게 집행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전국경제인연합회는 9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주요 투자기업 간담회’를 열고 올해 투자 계획과 정부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30대 그룹은 올해 총 122조7000억원 투자에 나선다. 이는 지난해 116조6000억원보다 5.2% 늘어난 규모다. 이 가운데 시설투자는 7.1% 늘어난 90조9000억원, 연구개발(R&D) 투자는 지난해와 비슷한 31조8000억원 규모가 될 전망이다.
주요 그룹은 반도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유통, 에너지 등 주력 업종의 과감한 설비투자를 통해 규모의 경쟁력을 갖추는데 주력한다. 삼성은 2018년까지 총 15조6000억원이 투자되는 평택 반도체단지 건설에 집중한다. LG도 파주 OLED 생산 라인 확장에 10조원을 투입한다. 수출 대표 품목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선제 설비 투자로 중국 등 경쟁국과 격차를 벌린다.
30대 그룹은 어려운 시기일수록 투자 확대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실제 30대 그룹 가운데 지난해보다 투자가 늘어나는 그룹이 18개로 감소한 그룹(9개)의 두 배에 달했다.
정부는 주요 투자가 차질 없이 이행되도록 밀착 지원하겠다고 화답했다.
주형환 산업부 장관은 “초연결·융합·속도경쟁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가장 빠르게 변신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면서 “민간 투자 촉진과 사업재편 지원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정부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주 장관은 지난달 30대 그룹 간담회에 이어 한 달 만에 관계자를 다시 만나 투자 애로 해소를 약속했다. 정부는 범정부전담지원반을 구성, 주요 프로젝트 애로사항을 신속 해결한다. 지난해 11월 LG디스플레이 OLED 투자 정부합동지원반 구성에 이어 삼성, SK 반도체 투자 전담지원반도 가동한다.
사업 구조 선제 재편을 통한 중장기 산업경쟁력 확보도 주요 과제다. 주 장관은 오는 8월 시행되는 ‘기업활력제고 특별법’을 기업들이 적극 활용할 것을 당부했다.
30대 그룹 관계자는 전력·도로 등 인프라 적기 완공을 비롯한 에너지 신산업 시장 확대 지원, 차세대 기술 개발에 필요한 R&D 세액공제 확대 지원을 요청했다. 주 장관은 미래 성장 동력 산업이 원칙상 신성장동력원천기술 R&D 세제지원 대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관계 부처와 적극 협의하겠다고 응답했다.
임상혁 전경련 전무는 “주무 부처인 산업부가 주요 투자에 대해 전담반을 만들어 기업 애로를 신속히 해결하는 것은 이례적이고 의미있는 일”이라면서 “신산업 부문의 공공 수요 창출과 대기업 R&D 세액공제 확대 등 지속적인 민관 협력이 경제 위기 극복의 단초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종석 산업경제(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 김명희 기업/정책 전문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