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7일 우리나라 연구개발(R&D) 결과물이 우리 산업과 기술 향상에 내재화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하며 ‘혁신적 R&D 개혁’을 주문했다. 혁신 필요성에 대해 박 대통령은 “좋은 기술은 대기업이 사가고, 더 좋은 기술은 구글 같은 외국 기업이 사간다는 말이 있다”며 현실을 꼬집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수많은 스타트업이 생겨나고 있지만 그들의 좋은 기술과 아이디어가 해외에 좋은 가격에 팔리는 것을 좋아만 할 일은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의 이같은 인식은 창조경제 시스템으로 스타트업·창업 등 여러 기회가 발생하고 있지만, 이것이 우리 창조경제 생태계 속의 건강함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음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나아가 해외 기업이 우리의 아이디어와 비즈니스 아이템을 사들여 더 큰 부와 사업기회를 재창조하고 있는 구조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한 것이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가 성공하기 위해선 R&D의 혁신적 개혁이 있어야 한다”며 “R&D가 연구비를 받기 위한 연구, 연구용역 포맷에만 맞춘 연구에 그치는 경우가 많지만, 사람의 문화에 영향을 주고 산업현장 목소리가 반영된 R&D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R&D 주무 부처는 당장 필요한 개선 과제와 시간을 요하는 중장기 과제를 구분해 혁신방안을 도출하기로 했다.
박 대통령은 국회를 향해 사이버테러방지법의 조속한 처리를 요청했다. 이 법은 지난 2006년 최초 발의된 후 10년째 국회에 묶여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은 최근에도 청와대를 사칭한 해킹 메일을 유포하거나 민간 IT 업체를 우회해서 국가주요 기반시설에 대한 사이버공격을 시도하는 등 도발을 멈추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사이버 대응력을 강화해오고 있지만 이것을 종합적으로 규정하는 법률이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정청이 잘 협력해서 국회에 계류 중인 사이버테러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적극 나서주시기를 바란다”며 “그 전까지는 가용 역량을 총동원해 북한을 포함한 모든 사이버테러의 위협에 철저히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동개혁법과 경제 활성화법 처리를 위해 2월 임시국회 회기 마지막까지 노력해줄 것을 거듭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국회가 일자리로 고통받는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린다면 이번 국회에서 입법을 매듭지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박 대통령은 “지금 국회 사정이 어렵기는 하지만 끝까지 포기해서는 안된다”며 “서비스산업발전법은 일자리 창출과 선진경제도약을 위한 출발점이며, 파견법은 구인난, 구직난을 해소하고 중소기업의 경쟁력과 노인빈곤을 줄여주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민생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현 경제 상황에 대해 “대외 여건이 매우 어려운 가운데서도 당초 소비절벽이나 고용절벽을 걱정했던 것 만큼 나쁘지는 않은 수준”이라며 “앞으로 자동차 개별 소비세 연장, 재정 조기 집행 등의 정책 효과가 본격화되면 경기 개선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