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아이를 낳고 육아 휴직에 들어가는 후배가 고민을 털어놨다.
“회사는 시청에 있고 친정엄마는 대전에 계시고, 인천에 사시는 시어머니께서 근처로 이사를 오면 아기를 봐 주신 다는데……. 이사를 가면 출퇴근 시간이 짧게 잡아도 세 시간 걸려요. 시어머니 댁 근처로 이사를 가야할까요? 도우미를 구해야 할까요? 생판 모르는 남한테 아기를 맡기느니 차라리 제가 매일 세 시간씩 출퇴근을 하더라도 시어머니 댁 근처로 이사를 가는 게 맞는 거 같기도 하고. 아니면 그냥 도우미를 구하는 게 나은 건지…….”
너무나 이해가 되는 고민이었다. 물론 상황만 된다면 나의 아기는 무조건 ‘핏줄’에게 맡기는 것이 최선이다. 친정엄마, 시어머니, 친언니, 남편의 누나 등등……. 하지만 핵가족 시대에 나의 아이를 맡아줄 핏줄을 찾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있다 해도 모두 본인들의 일로 바쁜데 아이를 맡기는 일 자체가 민폐가 될 수도 있다. 단지 핏줄이라는 이유만으로.
또한 맡길 수 있다고 하더라도, 아이의 엄마인 나에게 큰 무리가 따른다면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일부러 출퇴근 세 시간 걸리는 거리로 이사를 하고 시어머니께 아이를 맡길 것인가? 생판 모르는 도우미에게 아이를 맡길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좋은 도우미를 구하라’는 쪽에 한 표를 던진다.
그 이유를 분석해 보자.
첫째, 엄마와 아이의 친밀도.
회사와 멀어져서 길거리에 몇 시간을 버리고 집에 오면, 하루에 한번, 소중한 내 아이를 보기가 어렵다. 아침 출근은 새벽에, 퇴근 후 집에 오면 늦은 저녁. 주중에는 거의 아이를 볼 수 없는 일이 많아진다. 시간 뿐 아니라, 엄마의 몸은 이미 너무 지쳐있어서 아기와 놀아주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둘째, 비용 측면.
시어머니가 아이를 봐주면 비용이 절약될까? 매달 나가는 비용은 절약이 되겠지만, 그 외 시어머니께 들어가는 약값, 선물비용 등의 부대비용을 생각하면 금전적으로도 큰 이익은 없다. 그리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갓난아기를 키우는 시기에는 돈을 모으는 것은 포기하는 것이 좋다. 이 시기의 아기 돌봄 비용은 엄마의 미래 일을 위한 투자로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맘도 더 편하다.
셋째, 아이 양육의 질과 엄마의 불안감.
도우미보다 시어머니에게 맡기면 불안감이 없을까? 나쁜 도우미가 걸리면 어쩌나?
처음 아이를 낳으면 모든 것이 불안하다. 소중한 내 아기 누구에게 맡겨도 불안한 것은 사실 마찬가지다. 시어머니나 일가친척에게 아이의 양육을 부탁해도 불안감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물론 생판 모르는 남보다 시어머니가 백만 배쯤 믿음이 간다. 그리고 정성껏 돌봐주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엄마 본인이 아닌 이상 시어머니가 아이를 봐줘도 어느 정도는 불안하다. 분유는 적량을 먹였는지, 소독은 잘 하셨는지, TV만 오래 틀어놓는 건 아닌지. 불만 사항이 있다고 해도 시어머니께 다 말씀드리긴 어렵다.
우리는 언론을 통해 소위 ‘나쁜’ 도우미에 대해 많이 들어왔다. 그런데 회사를 다니며 아이를 도우미의 도움으로 키운 나의 경험과 수많은 워킹 맘들의 이야기를 근거로 했을 때, 그렇게 나쁜 분들이 많지는 않다. 좋고 나쁘고는 어쩌면 고용자, 즉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다. 아이 보는 일을 하는 분들은 기본적으로 아이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다. 아이가 싫으면 아이 돌보는 일을 하겠다고 나서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니, 도우미 고용에 너무 불안해하지 말고 도우미를 신중하게 뽑으면 된다.
채용 시에는 도우미의 신분을 확인한다. 그리고 지겨워하지 말고 면접을 여러 번 봐야한다. 조금이라도 더 마음에 드는 분을 만날 때까지. 도우미 고용 시에는 면접부터 엄마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을 명시해서 후에 문제가 없게 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TV는 보지 않는다, 하루 한번 놀이터에 나가야 한다. 등등.
그리고 마음에 맞는 도우미를 찾았다면 그 분을 믿자. 아이에게만 잘 해 준다면 청소, 집안 일 등까지는 포기해야 한다. 나 자신도 아이 잘 돌보면서 집안까지 깨끗이 관리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따뜻하게 감사의 마음으로 잘 대해드리는 것이다. 소중한 내 아이를 봐주시는 분이니 말이다. 내가 먼저 잘하자. 그러면 대부분의 도우미들이 진심으로 열심히 아이를 잘 돌봐 주신다.
덧붙여 도우미 고용 후 유의할 점이 있다. 아이가 도우미를 따르고 밝게 잘 자라고 있다면, 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인내하고 같은 도우미를 쓰라는 것이다. 소아과 의사에게 양육자 변경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다. 만 36개월까지는 동일한 양육자가 양육하는 것이 정서적으로 좋다고 하였다.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 도우미가 아이에게 맞지 않는데 참으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아이에게 잘하지 못한다면 한 달을 일했어도 주저 없이 교체해야 한다. 도우미 교체에 대해서도 너무 두려워할 것도 없다. 또 좋은 도우미가 계신다.
아이와 도우미가 잘 맞는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CCTV? 아니다. ‘아이를 보면 안다.’ 어린 아기 일수록 자기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느낌으로 안다고 한다. 말을 못해도 아이가 도우미를 잘 따르고 좋아하면 그것으로 된 것이다. 만약 아이가 엄마 올 때까지 자지도 않고 엄마만 기다리고, 불안해하고, 엄마만 찾고, 얼굴이 어두워 보인다면, 심각하게 도우미 교체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시어머니는 마음에 안 들어도 교체할 수가 없다.
상황이 된다면 친족에게 아이 양육을 부탁하면 좋겠지만, 무리해서 맡길 필요는 절대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도우미도 좋은 분들이 많고 어쩌면 내 자신보다 아이를 더 잘 키워주실 수도 있다. 주변에 그런 친구들을 많이 보았다. 나는 아이한테 하루 종일 TV 보여주는데 도우미는 TV 안보여주고 책 읽어 주신다. 난 쉬고 싶어서 놀이터도 안 나가는데 도우미는 매일 한 번씩 나가신다. 등등.
일을 계속하고 싶다면 나의 몸을 너무 피곤하게 해서는 안 된다. 몸도 피곤하고 어차피 돈도 나가고 이럴 바 엔 그냥 내가 키우고 말지. 그런 생각에 열심히 일하던 직장을 포기할 확률이 높아진다.
따라서 일이 좋고 앞으로도 계속 일을 할 생각이 확고하다면, 일 하기에도 좀 더 편한 쪽을 택해야 한다. 출퇴근 세 시간은 무리다.
일하면서 동시에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마음은 늘 불안하다. 당신 뿐 아니라 모든 엄마들이 그렇다. 하지만 다 지나간다. 불안한 마음은 접어두고, 귀엽게 웃는 아이의 밝은 얼굴만큼 아이도 잘 클 것이라는 믿음을 갖자. 당신처럼 자기를 걱정해주는 엄마가 있으니 우리 아이들은 얼마나 행복한가. 워킹맘 파이팅!
정인아 칼럼니스트
제일기획에서 국내 및 해외 광고를 기획하고, 삼성탈레스, 나이키코리아 광고팀장을 지냈다. ‘즐기는 육아’를 위한 실질적인 방법을 연구하고 있으며, 저서로 <난 육아를 회사에서 배웠다, 매일경제신문사>가 있다. [육아/교육 칼럼 블로그 m.blog.naver.com/inahj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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