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과 ‘불안’이 공존하는 3월 2일. ‘담임 선생님은 어떤 분일까, 아이가 학교에 잘 적응할까, 새로운 친구들과 잘 어울릴까, 학교 분위기는 어떨까, 빠뜨린 건 없을까, 어떤 가방을 메고 뭘 입혀 보내야 할까…’ 수많은 걱정과 고민이 교차하는 날.
초중고를 막론하고 입학식을 치루는 학부모라면 누구나 떨리겠지만, 오늘 가장 긴장할 분들은 아마도 ‘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님들’일 것 같다.
오늘부로 초등 4학년이 된 딸아이의 1학년 시절이 문득 떠올랐다. 당시, 필자 또한 걱정이 참 많았다. 고백하건데, 일하는 엄마라는 자격지심 때문에 아이한테 늘 미안해 했고 흠집이 나진 않을까 매일 노심초사했었다. 알림장을 두세번씩 확인하기도 했고, 다른 아이들이 무슨 학원에 다니는지 궁금해 하기도 했다. 지나고 보니, 정작 ‘준비해야할 것’과 ‘준비하지 않아도될 것’ 사이에서 혼란을 겪었던 것 같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가 초등학교에 가는 순간, 이전보다 더 많은 걱정을 하게 된다. 유치원과 학교의 가장 큰 차이는 ‘평가`가 있다는 점. 아이들은 초등 1학년이 됨과 동시에 ‘사회`라는 공간으로 나오게 된다. 이는 곧, 일상적으로 ‘평가’ 라는 불편한 단어와 마주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평가에 초연할 수 있는 부모가 몇이나 될까.
그래서! 엄마들은 이런 생각들을 하게된다.
‘학교에 들어가면 선생님 말씀 잘 들어야 하고, 바르게 앉아야 하고, 글씨도 잘 써야 해.’
‘사회성 좋아야 하고, 규칙과 질서도 잘 지켜야 하고, 급식도 잘 먹어야 하고, 숙제도 잘 해야 해.’
‘최소한 운동 하나는 해야하고, 8살 되었으니 피아노와 미술도 기본은 해야지.’
‘독서가 대세니 책도 많이 읽어야 하고, 영어도 놓칠 수 없으니 학원을 꾸준히 다녀야 해.’
‘이제 연산과 사고력 수학을 동시에 잘해야 하니 수학학원 하나 더 다녀야 하나…’
‘지각하면 안 되고 준비물도 빠뜨려서는 안 되니 신경을 더 써야지.’
‘아이가 반 친구들과도 잘 지내려면 엄마모임에도 나가야 하고, 단짝친구도 만들어 줘야하지 않을까....’
정말 신경쓸 게 한두가지가 아닌 것 같다. 그 시기를 겪은 사람으로서 엄마들의 심정 이해가 된다.
하지만, 잠깐...!
혹시, 이 모든 것을 ‘갓 입학한 아이’가 완벽하게 해내야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이 모든 것을 엄마가 미리 준비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엄마 스스로 조심스레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사실, 학부모로서 정작 준비해야 할 것은 따로 있다. ‘부담을 느낄 아이의 부담감을 덜어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갓 입학한 아이가 느낄 무게부터 먼저 생각해보자. 학교에 입학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엄마가 바라는 완벽한 초등생이 될 수는 없는 법. 유치원 다녔던 모습 그대로 학교에 갈 수 있도록, 불완전한 상태를 인정해주고 기다려주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부모로서의 기본적인 마음가짐’을 준비를 하지 않은 채 학부모가 되면, 혹은 엄마가 ‘너무 완벽한 초1’을 계획하다 보면, 자칫 아이의 작은 가슴에 멍자국을 남기게 될 수도 있다. 아이가 ‘조금씩, 아주 조금씩’ 성장해가는 과정과 변화에 ‘감동받을 준비’를 먼저 하자.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액션아이템은 따뜻한 질문과 대화다. ‘학교는 즐거운 곳’이라고 느끼게 하는 방법이 있다.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오늘 선생님한테 야단 안 맞았니?” 하지 말고, 이렇게 질문하자. “우리 OO이, 오늘 학교에서 뭐가 제일 재미있었어~?”하고. 사소해보이는 질문 하나로도 부담감은 설레임으로 바뀔 수 있다.
조금은 어렵지만 꼭 해야할 액션아이템은 ‘내 아이를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하는 것’이다. 비교하는 순간, 아이가 조금씩 발전해가는 모습에 감동하기는 커녕 “넌 왜 쟤처럼 하지 못하니?” 하며 아이를 자꾸 다그치게 된다. 결과적으로 학원 숫자만 계속 늘어나고, 부모와의 정서적 교감은 줄어들게 된다.
당장 내일 준비물을 챙기는 것부터 걱정되겠지만, ‘기본적인 마음가짐’부터 먼저 챙기는 게 좋다. 준비물은 첫 날 담임 선생님이 프린트물로 나눠주시고 동네 문구사에 가면 다 있기때문에 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아이를 대하는 마음가짐’부터 준비하는 것이, 그 어떤 준비물보다 중요하다!
인정하자. 아이는 그저 때가 되어 초등학생이 되었고, 유치원에 다니던 ‘어제의 아이’와 입학식을 치룬 ‘오늘의 아이’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엄마가 느끼는 부담감 이상으로 아이가 더 큰 부담을 느낀다는 것을. 그 부담감은 아이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부모가 지지해 줄 때에만 설레임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오늘 입학식이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가장 셀레는, 첫 날’로 기억되었으면 한다.
[필자] 김연정 트위터코리아 이사.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마케팅담당 부장, 아디다스코리아 브랜드커뮤니케이션 팀장을 지냈고, 저서로는 ‘난 육아를 회사에서 배웠다 (매일경제신문사)’가 있다. 가족과 함께하는 ‘행복한 성공’을 지향하며, 육아동지들을 위한 ‘리더십` 강연도 진행한다. @TheNolj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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