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업이 레드오션이 된 지 오래다. 하나 남은 게 있다면 바로 항공산업이다.

보잉이나 에어버스 등 굴지의 업체가 떡하니 버티고 선 채 10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여전히 시장은 커지고 있고 기술력을 바탕으로 성장세가 계속돼 블루오션으로 본다. 비집고 들어갈 틈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랜디 틴세스 보잉 부사장은 “앞으로 20년 동안 3만850대에 달하는 항공기 수요가 새로 생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세계 항공산업은 2023년까지 7246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군용기보다는 민항기 시장 성장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군수용에 비해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여객기 시장은 미국 보잉과 유럽 에어버스가 양분하고 있다. 항공산업 특성상 100년 신뢰와 안전으로 이룬 브랜드 가치를 넘어서기 힘들기 때문이다.

항공산업은 각종 첨단기술이 융·복합된 시스템 산업이다. 항공기 부품 수는 자동차 10배인 20만개에 달한다. 핵심기술은 자동차의 15배인 650개로 산업 전반 파급효과가 크다. 국가 기술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뿐만 아니라 ICT·기계·자동차 등 주요 산업과 연관성도 높다.

현재 세계 항공시장은 5207억달러 규모로 조선시장의 3배나 된다. 부가가치는 자동차보다 갑절 높다. 권역별 항공기 수요를 살펴보면 아시아 태평양 지역 항공기 수요 증가가 두드러진다. 세계 항공기 수요 약 39%를 점유할 것으로 미래에셋 측은 내다봤다.

지난해 말 일본과 중국이 각각 독자 개발한 여객기를 선보이며 경직된 항공기 시장에 발을 들여놨다. 성장세가 계속되는 만큼 틈새도 클 것이란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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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비시가 개발한 제트여객기 MRJ가 이륙하고 있다.<출처:연합뉴스>

미쓰비시항공기는 최근 미국 항공기 임대업체인 에어로리스에 일본 최초 제트 여객기 MRJ 20대를 공급키로 했다. 이미 첫 시험 비행 성공 전에 전일본공수(ANA)와 미국 항공사로부터 407대를 주문받았다. 취소 가능한 주문을 포함해 427대 누적수주를 기록했다.

MRJ는 길이 약 35m에 좌석 수 70∼90석 규모로 항속거리가 약 3400㎞로 짧은 편이어서 근거리 노선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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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정부 투자 공기업이 여객기 개발은 주도하는 모습이다. 중국 첫 중형 여객기 ARJ21은 중국상용항공기유한공사(COMAC)가 개발했다. ARJ 21은 좌석 수나 항속거리 등 일본 MRJ와 많이 닮았다. 2008년 첫 비행 후 시험 운항기간을 거쳐 지난해말 중국민용항공국으로부터 합격증을 받았다. ARJ21은 쓰촨성 청두와 베이징, 상하이 등 국내 7개 도시를 방사형으로 연결하는 7개 노선에 투입될 예정이다.

COMAC에 따르면 ARJ는 300대 이상 수주실적을 올렸다. 타이 항공과 아프리카 콩고공화국 정부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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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4인승 소형 비행기 나라온 KC-100.

우리나라가 가장 열세다. 기술 수준도 선도국인 미국 대비 69%에 불과하다. 일본 84%, 중국 82%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 완제기 보다는 부품 공급 위주다. 소형 항공기 위주다.

심지어 개발계획 마저도 중단된 상태다.

지난 1993년 ‘신경제 5개년 계획’에 중형항공기 개발계획을 포함해 추진했지만 공동개발국인 중국이 발을 빼면서 사업이 중단됐다. 2013년에는 대한항공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캐나다 봄바디어와 90인승 중형 여객기 개발에 나섰지만 봄바디어가 사업에서 철수하며 중단됐다. 현재 KAI가 여객기로 양산하는 항공기는 4인승 소형 프로펠러 비행기 ‘나라온(KC-100)’이 전부다.

이상준 산업통상부 자동차항공과장은 “일단 민간 항공기 국내 수요가 없고 수출하려 해도 브랜드가 없다”며 “중형 여객기는 독자 개발이 힘들기 때문에 글로벌 제조업체와 공동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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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4인승 소형 비행기 나라온 KC-100.

<한·중·일 항공산업 비교(출처: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미래에셋증권)>

한·중·일 항공산업 비교(출처: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미래에셋증권)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