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테러 위협에 정부가 국가 주요 기간망 보안에 선제 대응한다. 폭격이나 물리적 테러에도 기간시스템이 가동될 수 있도록 법안을 개정하고, 선진국보다 강력한 정보기술(IT)보안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혹시 모를 위협에 대비한 진용 갖추기에 나섰다.
28일 정부와 IT업계에 따르면 해양수산부가 20여년 만에 항만물류정보 중계망 사업에서 재해복구시스템과 주센터 간 거리를 100㎞ 이상 분리하는 안을 확정하고 세부 지정 기준을 신설했다.
항만물류정보 중계망은 항만운영정보 시스템과 선사, 화주 간 전자문서(EDI)를 중계하는 통신망이다. 대형 선사 등이 항만물류 관련 대량 신고를 일괄 처리하고자 사용하는 국가 기간통신망으로 선박입출항, 화물반출입 등 항만이용신고 90%(연간 790만건)가 중계망에서 이뤄진다.
우리나라 수출입 물동량 99% 이상이 항만을 이용하고 있어 항만물류정보 중계망이 마비되면 국가경제와 산업 전반에 막대한 피해를 초래한다. 해수부에 따르면 중계망 24시간 서비스 중단 시 물류 주체인 화주, 선사, 운송사 터미널에 경제적 손실만 1375억원 이상 될 것으로 추정했다.
최근 해수부는 중계망 사업 주 시스템과 재해복구 시스템 간 거리를 100㎞ 이상으로 하는 안을 확정했다. 전쟁과 각종 재해가 발생하더라도 군수와 구호 물자 반입 등 항만 기능을 정상으로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재해 선포 후 한 시간 이내 재해복구시스템 전환이 가능하도록 강력한 보안시스템 도입을 추진한다. 연간 2000만건 이상 전자문서 처리 속도와 용량, 5년 이상 전자문서 등을 보관할 수 있는 전산 설비를 구비해야 한다. 정보보안 분야 기사나 국제공인자격증 소지자도 3명 이상을 보유하도록 명문화했다.
재해복구시스템 요건 강화는 신규 사업자들의 반발과 규제개혁위원회의 반대 등 진통을 겪었다. 일부 유관 사업자가 재해복구시스템 이격거리 100㎞ 이상은 신규 사업자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한 독소 조항이라며 규제개혁위원회에 상정하는 등 내홍을 겪었다.
규제개혁위원회도 ‘이격거리 100㎞ 이상’ 규정은 문제가 있다며 반대했지만 해수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등의 끈질긴 설득으로 법안을 끌어냈다.
해수부 관계자는 “항만은 국가 기간시설이고 우리나라 수출입 물동량이 대부분 항만을 이용해 이뤄지고 있어 전쟁 등에 대비해 기능을 유지하는 IT보안 시스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미국, 일본 등 대부분 국가 관련 규정에도 주센터와 동일 재해권역을 벗어난 지역에 재해복구센터를 구축하도록 명시돼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한국은행 산하 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와 금융권도 지하벙커 금융백업센터 부지를 최종 선정하고 하반기 건립 작업에 착수한다. 이 백업센터도 주센터와 이격거리 140㎞로, 지진과 전쟁 등 광역재해에도 안전하다.
규모는 최소 1만6500㎡(5000평)에서 3만3000㎡(1만평) 규모로 각종 테러와 자연재해에 견딜 수 있는 지하벙커 형태로 건립된다. 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는 조만간 KT와 부지매입 협상에 착수한다.
보안 전문가들도 북한 테러 등에 대비해 국가 기간망과 직결되는 IT시스템 강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유종기 한국IBM 글로벌테크놀러지 리질리언시 서비스 실장은 “항만의 중요성과 전쟁, 지진 등 광역재해 대비를 위해 100㎞ 이상 이격은 타당하다”고 밝혔다.
김정혁 한국은행 전자금융팀장은 “금융공동백업센터 후보지를 선정할 때 지진과 폭격, 테러 등 광역재해에 대비하고자 100~150㎞ 이격거리 원칙을 적용했다”면서 “일반적으로 동시에 동일한 지역의 재난 위험성을 파악할 수 있고, 구역 내 작은 범위 재난도 저항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공기관 재해복구센터 운영 현황(자료-취합)>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김지혜 금융산업/금융IT 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