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신규 순환출자를 해소하기 위해 2000억원 규모 삼성물산 지분을 매입했다.
삼성그룹은 이 부회장이 삼성SDI가 매각을 추진하는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 중 2000억원 상당 주식에 대한 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25일 유가증권시장 종료 후 지분 인수를 마무리한다고 밝혔다.
삼성그룹은 “이번 주식 매입은 순환출자 해소 과정에서 대규모 주식매각에 따른 시장 부담을 최소화하고 소액주주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삼성SDI가 삼성물산 지분을 처분하는 것은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인해 신규 순환출자에 해당하는 출자분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에서 신규 순환출자를 허용하지 않아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달 1일까지 처분할 것을 명령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삼성SDI는 보유 중인 삼성물산 지분 4.66% 중 신규 순환출자에 해당하는 2.6%(500만주)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해야 한다. 삼성SDI가 매각하는 삼성물산 지분은 약 7650억원에 달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삼성이 기간내 순환출자를 해소하기로 해 법적 제재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순환출자 가이드라인에 의거해 기업을 점검하고 투명한 소유구조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이 부회장이 인수하는 주식을 제외한 나머지 삼성물산 지분을 25일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국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투자자를 모집한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보유 현금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블록딜에 참여해 3000억원 규모 삼성물산 지분을 매입한다.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지주사 격인 삼성물산 지분을 추가 취득하면서 그룹내 지배력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 16.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한편 이 부회장은 이날 302억원 규모 삼성엔지니어링 자사주도 취득했다. 삼성엔지니어링과 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삼성엔지니어링이 보유한 자사주 302만4038주를 인수했다. 나머지 약 700억원 규모 주식은 추후 별도 방법을 찾아 취득할 계획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엔지니어링 경영 정상화를 지원하기 위해 증자 과정에서 실권주 발생 시 일반공모에 참여할 계획이었으나 구주주 청약률이 99.9%에 달해 일반 공모에는 참여하지 않고 자사주 인수 등 다른 방법을 통해 주식을 취득하기로 했다.
자사주 인수는 회사 자기자본과 현금을 동시에 늘려줘 유상증자와 유사한 효과가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을 재무적으로 지원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