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인터넷 김국진 기자] 불황은 이제 기업에게 더 이상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됐다. 특히 내수 시장에 기반을 두고 있어 불황이 더욱 큰 악재로 다가오고 있는 식음료 기업들은 R&D경쟁력 확보를 바탕으로 불황 타개를 위한 고부가가치 사업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대표 식품기업인 CJ제일제당 역시 신규시장 창출과 회사의 외형성장, 그리고 소비자에게 더 좋은 제품을 제공한다는 목표를 위해 R&D 경쟁력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과감한 투자와 연구개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전사 연구개발에 약 1000억 원을 투자했으며, 올해는 그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현재 약 700여명의 연구개발 인력을 확보해 글로벌 수준의 연구개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회사 전체의 연구개발 역량을 한 곳에 집중시키기 위해 경기도 수원에 통합 R&D 센터를 운영하고있다.
<’달콤함’을 넘어 ‘건강한 단맛’으로>
CJ제일제당의 소재 연구개발 활동은 인간이 본능적으로 원하는 ‘달콤함’을 넘어 ‘건강한 단맛’을 개발하고, 이를 소비자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제품으로 만드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특히 대체 감미료 분야의 연구개발은 ‘효소’를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화학적 공법에 비해 효소를 활용한 전환기술이 수율(원재료 투입 대비 제품 생산 비율)을 높이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감미료 제품 개발 기간이 보통 5~6년 가량 걸리는데, 이중 절반 가량의 시간은 효소를 찾아내고 개량하는데 소요된다. 감미료 제조공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열에 잘 견디는 좋은 효소를 찾아내기 위해 전국 각지의 온천지역을 돌아다니며 효소를 찾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노력은 2010년경부터 맛과 건강을 모두 갖춘 ‘차세대 감미료’라는 결실로 나타났다. 소비자의 선호도가 ‘맛있는 제품’에서 ‘건강하게 맛있는 제품’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을 파악하고, 이 같은 욕구를 충족시키는 감미료 제품을 속속 선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7월, 북미 시장에 진출한 초 저칼로리 감미료 ‘알룰로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알룰로스는 본래 건포도나 무화과, 밀 등 자연계에 미량으로 존재하는 당 성분으로, 칼로리가 1그램(g)당 0~0.2kcal에 불과한 감미료다. 설탕에 가까운 깔끔한 단맛을 내면서도, 칼로리는 설탕(그램당 4kcal)의 5% 이하로 낮다. 다른 감미료나 설탕, 과당 등과 혼합해 식품에 사용하면 칼로리를 크게 낮추고 자연스러운 단맛을 낼 수 있어 현재 주로 사용되고 있는 과당을 대체할 수 있다.
이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알룰로스는 효과적인 대량생산 기술이 개발되지 않아 상용화가 어려웠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007년부터 대량생산에 필요한 효소 개발에 착수해 4년간 5,000종 이상의 균주를 대상으로 선별작업을 거쳐 과당을 알룰로스로 대량 전환할 수 있는 고효율의 효소를 개발했다. 화학적 공법이 아닌 효소를 활용해 알룰로스를 대량생산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012년 미국식품의약국(FDA)의 GRAS(Generally Recognized As Safe) 제품등록으로 안정성을 인정받는 등 글로벌 진출 기반을 다졌다. 특히, 현재 시장에 진출해 있는 몇몇 알룰로스 제품 중 알칼리성 촉매를 이용한 화학적 공법이 5% 정도의 수율(원재료 투입 대비 제품 생산 비율)을 보유한 것에 비해, CJ제일제당이 개발한 효소기술을 활용하면 약 85%의 수율이 가능해 높은 원가 및 가격 경쟁력을 보유할 수 있게 됐다. 이 효소기술은 미국과 유럽에서 특허등록을 마쳤으며, 다수의 글로벌 전분당 업체에서도 CJ제일제당 측에 알룰로스 생산을 위한 효소기술 제공을 요청할 정도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국가대표 ‘밥’ 브랜드로 자리잡은 ‘햇반’>
부산광역시 사하구 장림동 소재 CJ제일제당 부산공장. 이곳에서는 연간 1만6000개에 달하는 햇반을 생산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의 기술력이 집약된 제품중 하나가 바로 ‘햇반’이다. 맛의 표준화가 생명인 ‘햇반’은 편차관리를 위해 연간 연구개발비만 10억원 이상 투자하고 있다. 11명의 연구원들은 매일 20개 이상의 햇반을 시식하며 연중 시식에만 사용되는 햇반은 총 1만개에 이를 정도다. 20년 가까이 ‘독보적인 맛 품질 개선’에 노력하고 몰두한 결과 이제는 가정 내에서 절대로 빠질 수 없는 절대적인 생활필수품이자 국가대표 ‘밥’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햇반에 담긴 기술력이 가장 잘 나타나는 부분은 ‘당일 도정’이다. 쌀을 도정한지 하루 내에 밥을 짓는 최첨단 햇반 생산 프로세스다. 쌀은 도정을 하는 그 순간부터 수분함량이 떨어지며 밥맛이 떨어진다. 햇반은 2010년부터 국내에서 유일하게 자체 도정 설비를 보유해 당일 도정한 쌀로 밥을 짓고 있다. 자체 도정 설비가 있기에 쌀 품종별로 맞춤도정이 가능하고, 도정 후 하루 내에 햇반을 만들어 ‘갓 지은 밥맛’을 구현할 수 있다. 같은 품질의 쌀이라도 재배와 보관 조건에 따라 해마다 품질이 달라지기 때문에 도정단계를 면밀히 점검하고, 개별 쌀의 특성에 맞춰 최적의 도정 조건을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췄다. 결과적으로 도정 후 쌀의 신선도와 수분함량이 낮아지며 발생할 수 있는 품질저하 현상을 당일 도정이라는 햇반만의 차별화된 R&D 역량으로 극복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쌀은 도정 이후부터 기간이 지남에 따라 신선도에 변화가 생기기 때문에 당일 도정한 쌀로 지어진 햇반 제품은 쌀의 신선도가 최상의 상태일 때 지어진 ‘밥’으로 이는 차별화 된 밥맛의 중요한 비결”이라고 설명하고 “일체의 첨가물, 방부처리 없이 오로지 쌀과 물로만 지어지는 완전한 ‘무균진공 포장’방식과 더불어 햅쌀로 지은 밥맛을 1년 내내 가정에서 즐길 수 있게 하는 ‘햇반’의 중요한 핵심역량”이라고 강조했다.
햇반이 담겨 있는 용기에도 첨단 기술이 숨어있다. 햇반의 용기와 뚜껑은 국내외에서 안전한 식품용기 소재로 안전성을 인정받은 PP(폴리프로필렌)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아기가 사용하는 젖병 재질과 같은 PP 소재는 가열해도 성분이나 형태가 변하지 않아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먹는 경우가 많은 햇반에 최적화된 소재다. 특히, 햇반 용기는 다층 구조의 산소 차단층으로 만들어져 공기 유입과 부패를 막아 최대 9개월간 상온 보관이 가능하게 한다.
김국진 기자(bitnara@next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