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산 소형 조리기기 수입이 늘고 있다. 1인가구 증가, 해외 직접구매(직구) 확산과 요리방송(쿡방) 및 셰프 열풍에 따른 현상으로 분석된다. 구매 제품 단가도 높아지면서 ‘프리미엄’ 선호 현상 또한 뚜렷하다.
전자신문이 24일 2006~2015년 관세청 수출입 동향을 분석한 결과 관세청이 선정한 주요 직구 제품 중 소형 조리기기에 포함된 믹서, 전기오븐, 토스터, 커피 메이커 수입이 일제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품목별로 차이가 있었지만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비중이 높은 중국을 제외하면 모두 유럽 국가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믹서는 지난해 7272만4000여달러어치 수입돼 10년 전보다 171% 증가했다. 중국을 제외하면 최근 5년 간 미국, 폴란드, 프랑스에서 수입이 많았다. 전기오븐은 독일과 이탈리아, 토스터는 독일, 영국, 이탈리아, 커피 메이커는 스위스, 이탈리아에서 주로 들여왔다. 10년 간 수입금액 증가율 또한 전기오븐 88%, 토스터 122%로 높았다. 커피 메이커는 475%였다.
소형 조리기기는 주로 간편하게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어 인기가 높다. 드롱기, 일렉트로룩스, 필립스, 테팔 등 유럽계 업체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어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산 중심 대형 주방가전과 양상이 다르다. 대부분 중국에 공장을 마련, OEM 생산품을 수출하고 있지만 일부 프리미엄 제품군은 현지에서 만든다.
시장 확대 여건도 좋다. 간편 조리를 원하는 소형가구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980년 4.8%에 불과했던 국내 1인가구 비율은 2010년 23.8%로 증가했다. 2022년에는 30%를 돌파 2035년 34.2%에 달할 전망이다. 2011년 9월 1유로당 1620원에 달했던 유로화 환율도 지난해 4월 최저점 기준 1152원으로 평가절하 되며 가격 부담도 덜했다.
직구 활성화는 최근 5년 간 급성장 발판이 됐다. 직구 상품이 주로 들어오는 인천공항을 통한 수입금액은 지난해 1조1502억달러로 2006년보다 43% 증가했다. 수입 건수도 2013년 이후 3년 연속 1000만건을 넘었다.
이에 힘입어 구매 단가도 높아졌다. 커피 메이커 경우 OEM 비중이 높은 중국 수입품 ㎏당 단가가 지난해 10달러였던데 비해 스위스산은 54.4달러, 이탈리아산은 38.6달러에 달했다. 스위스 네스프레소, 이탈리아 일리의 적극적인 시장 진출 때문이다. 토스터는 이탈리아와 영국이 20달러, 독일이 36.5달러로 중국 9.1달러보다 갑절 이상이었다.
유럽 가전 업계는 한국 시장 성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일렉트로룩스코리아에 따르면 한국 소형 주방가전 시장은 2014년과 2013년 기준 각각 전년대비 성장률이 32.8%, 18.3%였다. 쿡방 인기에 힘입어 다양한 서구 요리를 간편하게 먹으려는 소비자 수요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럽계 업체는 해당 시장에서 오랜 경험을 갖고 있어 강한 ‘브랜드 파워’로 시장을 이끌고 있다.
유럽계 가전 업체 고위 관계자는 “청소기와 같은 프리미엄 생활가전에서 다진 소비자 선호도를 소형 주방가전에서도 이끌고자 한다”며 “프리미엄 선호도가 높은 한국 시장에서 적극적인 소형 주방가전 마케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표]직구 상위 4대 소형 주방가전 수입 동향 및 상위 수입국 (자료: 관세청)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