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 <6>-벽허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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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3, 5, 7, 11, 13, 17…. 소수(素數)다. 자기 자신과 1로만 나누어지는 수. 이것만 있으면 모든 자연수를 만들 수 있다. 영어로는 기본수(Prime numbers)라고 한다.1972년 영국의 휴 몽고메리는 케임브리지대 수학박사 졸업을 앞뒀다. 새 직장이 있는 미국에 왔다가 프린스턴대에서 친구를 만났다. 친구가 맞은편에 앉은 누군가를 보곤 반색한다. “저기 프리먼 다이슨 교수가 있군요. 저 물리학자와 얘기 나눠 본 적 있나요?” “아뇨.” “내가 소개해 줄게요.” “아니, 괜찮아요.”

결국 인사를 나눴다. 다이슨 교수가 “어떤 연구를 하느냐”고 묻는다. 공부하는 사람 사이의 의례 인사다.

몽고메리는 설명한다. 리만 가설(Riemann Hypothesis)을 연구하는데 제타함수가 어떠니 자명하지 않은 근의 분포가 저떠니 하며 이런저런 수식을 도출하였는데 의미는 잘 모르겠노라고. 다이슨 교수 얼굴에 핏기가 가신다. “맙소사. 이건 양자역학에서 잘 알려진 공식이라고요.” 몽고메리는 난감했다. 수학 법칙이 어떻게 양자역학 공식과 연결된다는 말인가. 그것도 원자핵의 불규칙한 에너지 준위에 관한 법칙과 말이다.

‘수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이 있다. 한 번에 2명에서 4명까지 주지만 4년에 한 번 40세 이하 젊은 수학자에게만 준다.

2006년 필즈상 시상식. 시상식장이 어수선했다. 한 수학자가 수상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사라진 수학자’ 그리고리 페렐만이다.

2002년, 인터넷 아카이브에 논문이 하나 올라온다. 푸앵카레 추측(Poincare conjecture)이 100년 만에 증명된다. ‘우주가 중앙에 구멍이 없는 속이 찬 볼록한 형태’라는 것. 모두가 위상기하학 문제라고 생각했다. 페렐만은 미분기하학과 물리학을 넘나들며 풀어낸다. 14세 때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 나가 만점으로 금메달을 받았지만 이 천재에게 물리학은 생소한 분야가 아니었다.

1999년에 포춘지가 “20세기 최고의 경영자”로 부른 잭 웰치. 그가 재직하던 1993년에서 1997년까지 제너럴일렉트릭(GE)은 세계에서 시장 가치가 가장 높은 기업이었다. 그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매달린 것 가운데 하나는 ‘벽 허물기’였다. ‘그건 우리 것이 아니야(not invented here)’라는 생각에 대한 경계였다. 잭 웰치는 그것을 GE와 바깥 세계를 가르는 벽으로 보았다.

잭 웰치는 1996년 주주에게 보낸 서신에 이렇게 쓴다. “공급업체, 고객, 경쟁업체는 우리에게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NIH 신드롬은 그들이 알고 있는 ‘최고의 방법’을 배울 기회를 제한합니다.”

당시 GE에는 수평 간의 흐름이 없었다. 사업부 사이에 벽이 있었다. 기술 부서 설계는 종종 생산 부서에서 만들기 어려운 것이곤 했다. 다행히 제품이 팔려도 서비스 부서에서 수리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물건을 팔기 위해 팀으로 움직여야 할 때도 따로 이동했다. 벽 허물기는 생산성을 높이려는 그의 노력에서 핵심 테마였다. 경영위원회를 만든지 10년 되던 1997년에 그는 이렇게 말한다.

“10년 전에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그것을 혼자만 가지고 있었다. 이제는 서로에게 배우고, 스스로 사용하기 위해 최고의 방법을 찾는데 익숙하다.”

잭 웰치의 시대는 스쳐 갔고, 그 사이 수많은 경영 구루와 스타 최고경영자(CEO)가 나왔지만 이 구절만큼은 언제 보아도 새롭다. “생산성은 헝겊 조각을 짜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가 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도, 하지만 누군가가 그것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 답을 찾아야 한다. 왜냐하면 생산성을 만들어 내는 것은 지식 자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벽 허물기가 우리에게 가장 귀중한 가치가 된다.”

페렐만이나 다이슨이 그리한 것처럼 기술 개발이나 제품 혁신에서도 지식과 지식이 연결될 때 새로운 가치를 찾을 수 있다. 잭 웰치의 ‘벽 허물기’는 그래서 아직도 살아 있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윤대원 SW콘텐츠부 데스크 yun1972@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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