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23일로 4·13 총선이 50일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선거구획정 협상에 실패하는 등 ‘무법 선거사태’를 해결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24일부터 시작되는 재외국민 선거인명부 작성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아 총선 연기론이 다시금 힘을 얻고 있다.
여야 지도부는 22일 제20대 총선에 적용할 선거구 획정안 협상을 자정을 넘겨가면서까지 협상을 이어갔지만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3시간에 걸쳐 진행된 심야 협상에서 협상이 결렬된 가장 큰 원인은 다름아닌 선구거와는 상관없는 테러방지법에 있었다.
새누리당이 쟁점법안인 테러방지법 협상을 ‘지렛대’로 선거구 획정안 합의를 남겨두고, 더민주가 테러방지법 합의를 거부하면서 서로 무관한 사안인 선거구 획정 기준이 마련되지 못한 셈이다.
당초 여야가 선거구 획정안이 담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목표로 삼은 날짜는 오는 29일이었다. 이를 위해서 여야는 이날 선거구 획정 기준을 합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회정위원회에 넘기려 했다. 획정위가 국회에서 넘어온 이 기준을 바탕으로 획정안을 마련해 다시 국회로 보내면, 소관 상임위인 안전행정위에서 이를 공직선거법 개정안(선거법)에 담아 의결하는 절차를 거쳐 29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겠다는 게 계획했던 입법 수순이었다.
그러나 이날 여야 협상이 또다시 결렬되면서 오는 29일 본회의에서 선거법 통과는 불투명해졌다. 이에 따라 이후 총선 관련 일정도 줄줄이 뒤로 밀릴 공산이 커졌다.
현재 가장 다급하게 영향을 받는 작업은 선관위의 재외선거인 명부 작성이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오는 24일부터 시작해 내달 4일까지는 작업을 마쳐야 하지만 이미 개시 시점은 넘길 수 밖에 없게 됐고, 뒤늦게 시작하더라도 작업 시간은 빠듯하다.
일단 현행 선거구(지역구수 246석)를 기준으로 명부를 작성하고, 사후 여야 합의로 선거구가 다시 조정되면 국내 등록 주소별로 명부를 재손질하는 이중 작업을 해야 한다.
선거구 획정 작업이 이처럼 계속 지연되면서 선거구 변동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에서 뛰는 원외 예비후보들은 발만 동동 구르며 애를 태우고 있다.
원칙적으로 예비후보들은 자신이 등록한 선거구에서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데, 일부 지역 선관위는 예비후보들이 통폐합 대상으로 예상되는 이웃 지역구로 넘어가 선거운동 하는 걸 금지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대 총선의 선거구 획정 작업이 역대 가장 늦게 이뤄지거나 총선 일정이 다소 미뤄질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진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