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못하던 학생이 시험을 잘 보면 대단한 칭찬거리다. 하지만 원래 잘하던 학생이 잘 보면 ‘그런가 보다’ 하는 게 세상살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21일 펼쳐진 삼성전자와 LG전자 프리미엄 스마트폰 언팩 행사를 지켜보고 난 후 든 생각이다. LG전자는 상대적으로 점수가 팍 오른 느낌이고 삼성전자는 늘 하던 대로 잘 한 느낌이었다.
기자가 사용 중인 갤럭시S6와 비교해도 갤럭시S7은 언뜻 봐서는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외모가 비슷했다.
엣지 처리된 뒷면이 눈에 띄는 차이점이었다. 앞면 디자인은 갤럭시의 ‘얼굴’이 된 느낌이다. 완성됐다고 해야 할까, 아예 다른 브랜드를 만들지 않는 한 놓기가 쉽지 않은 디자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삼성전자가 자랑하는 카메라는 압도적이었다. 화소를 1600만에서 1200만으로 낮췄지만 조리개값을 F1.9에서 1.7로 개선하고 듀얼 픽셀 이미지센서를 사용한 덕분인지 인공조명 아래서도 극도로 선명한 화질을 자랑했다.
성능이 나쁘지 않은 갤럭시S6 카메라를 요즘 말로 ‘오징어(형편 없다는 의미)’로 만들어버렸다. 화면을 확대해도 화소가 깨진다는 느낌이 거의 없었다. 기어 VR나 기어 360 등 갤럭시 생태계를 구성하는 다른 기기와 사용한다면 성능이 배가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배터리 용량이 늘어난 점이 눈에 띄었다.
LG전자 G5는 와신상담했다는 느낌이 강했다. 곡선·가죽커버 등 고집스레 지켜오던 정체성을 과감하게 버렸다. 어찌 아프지 않았을 것인가. 하지만 위기감이 더 컸기에 극복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본다. 물론 전면에 물리키가 없다는 것과 후면키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점은 LG전자의 ‘근성’을 잘 말해준다. 풀 메탈로 두른 매끈한 디자인을 보면 이렇게 할 줄 알면서 지금까지 뭐 했나 싶을 정도다.
G5 모듈 디자인을 처음 접한 느낌은 신선함과 충격 중간쯤이었다. 충격적이라고 하기는 좀 약했지만 충분히 신선했다는 의미다. 솔직히 여러 루머사이트에서 일체형 스마트폰 아랫부분이 분리된다고 들었을 때도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다니 좋군’ 하고 생각한 게 고작이었다. 여기에 다른 기기를 끼울 생각을 하다니.
배터리를 갈아끼울 수 있는 것을 제외하면 LG전자가 내놓은 ‘LG 프렌즈’ 여덟 종 가운데 마음에 드는 모듈은 ‘LG 하이파이 플러스’뿐이었다. 오디오 명가 뱅앤올룹슨과 협업한 이 모듈은 G5에 끼우기만 하면 스마트폰을 고급 오디오로 만들어준다. 직접 들어본 음색은 가슴을 찡하게 할 정도로 훌륭했다. 일반 스마트폰 음과는 확실히 달랐다.
나머지 모듈은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이다. 결국 추가로 돈이 들고 따로 보관하거나 들고다녀야 한다는 게 문제다. 처음에는 신기해서 몇 번 사용하겠지만 나중엔 어딘가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LG전자는 기자간담회를 따로 열고 이에 대해 좋은 답변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서 끼우지 않고는 못 배기는 새로운 모듈이 나오면 좋겠다.
G5의 듀얼카메라는 물론 화질이 훌륭하고 세계 최대 135도 광각 카메라는 꽤 유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