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선거구가 없는 ‘무법상태’가 3개월여 지속되는 가운데 여야가 서로 ‘비난 목청’만 높이고 있다. 양당 지도부가 22일 쟁점법안 타결을 위해 다시 협상테이블에 앉지만 현재까지 협상 진행 상황을 볼 때 처리 전망은 밝지 않다.
이에 23일 본회의에선 각 상임위를 거쳐 법사위에 회부된 80여건의 비쟁점 법안만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선거구 획정과 쟁점법안 처리는 다시 6일간 유예기간을 두기로 하면서 29일 본회의가 최종 데드라인이 됐다. 여야 모두 정치적 셈법을 통해 고의적으로 선거구 획정을 수개월째 미루고 있다는 국민적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여야 지도부는 22일 선거구 획정과 쟁점 법안을 놓고 협상을 재개한다. 2월 임시국회 기간은 내달 11일까지지만, 2월을 넘기면 재외국민 선거명부 작성을 포함한 전반적인 총선 일정이 틀어진다. 뿐만 아니라 여야 당내 경선을 비롯한 공천 작업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여야가 29일 본회의를 선거구 획정안 처리 마지막 시한으로 삼은 만큼, 23일에는 선거구 획정기준을 마련해 획정위에 합의안을 제출해야 한다. 여야가 22일 회동에서 선거구와 쟁점법안 합의 처리를 위해 최대한 노력할 것으로 전망되는 배경이다.
하지만 협상이 더 지연된다면 역대 총선 사상 가장 늦게 선거구가 획정되거나, 총선을 한 달 가량 연기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도 지난 19일 “23일을 지나면 4·13 총선이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선거구 획정안을 놓고 여야는 사실상 어느 정도 합의점을 찾은 상황이다. 다만 쟁점법안과 묶어 일괄 타결에 대한 의견 차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새누리는 ‘선(先)민생 후(後)선거구’ 기조로 선거구 획정과 쟁점법안 일괄타결을 추진 중이고, 더민주는 선거구 획정과 함께 서로 조율된 북한인권법만 우선 처리하자는 입장이다.
최근 여당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노동개혁 법안에 대한 이견이 여전할 경우, 선거구 획정 처리 이후로 미룰 수 있다는 입장도 내비친 상황이라 ‘테러방지법’ 본회의 처리 여부가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박근혜 대통령도 국회연설을 통해 테러방지법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한 상태다.
여당은 대테러센터는 한발 양보해 국무총리실에 두더라도 정보수집권 등 실질적인 테러 방지 권한은 국가정보원이 가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국정원의 권력 남용 가능성을 문제 삼으며 권한을 국민안전처에 맡기자고 주장하고 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