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O 대기업, "개선점 없고 합의없는 MRO 상생협약 반대"

동반성장위원회가 추진하는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업계 상생협약에 대해 주요 MRO 대기업이 반발하고 나섰다.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이라는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개선사항 없이 기존 MRO 가이드라인을 이름만 바꾼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논란이 확대될 전망이다.

21일 MRO 업계에 따르면 서브원, 아이마켓코리아, KeP 3사는 동반위가 제시한 MRO 상생협약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이들과 달리 MRO 사업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행복나래(SK), 엔투비(포스코), KT커머스(KT)는 동반위 상생협약안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상생협약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3개사 시장 점유율이 시장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다.

서브원과 아이마켓코리아 등은 현 상생협약안이 MRO 대기업 영업권은 물론이고, 소비자인 중소·중견업체 구매선택권을 제한하기 때문에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MRO 대기업측 관계자는 “MRO 상생협약을 제정하자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하지만 기존 MRO 가이드라인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았고, 충분한 합의가 되지 않았는데도 상생협약으로 유도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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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성장위원회는 MRO 업계와 수차례 논의하며 MRO 상생협약을 논의했지만,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MRO 상생협약은 지난 2011년 제정돼 3년 기한이 만료된 MRO 가이드라인을 대체하는 합의안이다. 상생협약 핵심은 중소기업법상 대기업은 매출 3000억원 이상 기업만 영업할 수 있고, 매출 3000억원 이하 중소·중견기업은 중소 MRO유통상을 통해서만 소모성 자재를 납품 받도록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상생협약안이 기존 가이드라인 규제와 달라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 지난해 동반위는 용역조사를 거쳐 개선안을 포함한 새 상생협력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시간을 연장했다. 이후 동반위와 업계가 참여해 수많은 논의를 했지만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업계와 학계가 지적하는 부분은 기존 MRO 가이드라인이 국내 MRO 산업에 미친 부정적 영향이다. MRO 가이드라인으로 인해 국내 MRO 산업이 해외에 비해 침체되고, 외국계 MRO 업체의 국내 진출만 도와줬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미국 그레인저, 독일 뷔르트, 일본 미스미 등 5개 외국계 MRO 업체가 국내에 진출했고, 매출도 확대해가고 있다.

기대했던 중소 유통상 매출도 큰 변동이 없고, MRO를 통해 제품을 판매하던 국내 중소 제조사가 어려움을 겪는다는 지적도 있다.

동반위 조사에 따르면 중소 MRO 업체 매출은 2011년에 비해 2014년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MRO 기업에 문구·베어링·공구 등을 납품하는 중소업체 매출 역시 2013년 매출이 2011년에 비해 17.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MRO 대기업 관계자는 “외국 MRO 산업이 연간 10~20% 성장하는 것과 달리 국내 MRO 산업은 규제로 인해 경쟁력을 잃었다”면서 “그동안 국내 MRO 대기업 플렛폼을 통해 판로를 확대하고, 해외 수출까지 하던 10여만개 MRO 협력사인 국내 중소 제조기업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반위 관계자는 “상생협약 논의가 끝난 것이 아니고, 계속 논의해가는 상황”이라며 “일부 MRO 대기업이 말하는 것처럼 외국계 대기업이 들어온 것은 맞지만, 국내 MRO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에 그치는 등 주장이 과장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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