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기상시간에 맞춰 음악이 자동으로 흘러나온다. 침실 커튼이 저절로 열리고 드러난 유리창엔 날씨와 교통상황, 주요 뉴스 등이 표시된다. 주방에선 전기밥솥과 전자레인지가 식사 준비에 들어가고, 욕실에선 적당한 온도의 물이 욕조에 채워진다. 목욕을 마친 후 준비된 아침밥을 먹고 집을 나서면 경비시스템이 자동으로 작동에 들어간다.
영화의 한 장면 같지만 사물인터넷(IoT)과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 등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홈에선 이미 현실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상상하던 미래 주거공간이 이제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모든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돼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유기적으로 반응하는 것. 나아가 수집된 정보를 분석하고 이에 따라 예측하고 움직이는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스마트홈이다.
◇IoT기능 탑재…IT업계 경쟁 본격화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 가전 전시회인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6)’ 최대 화두 중 하나는 IoT 기술에 기반을 둔 스마트홈이었다. 세계 IT업계 이목이 스마트홈 시대를 이끌 IoT 관련 시장에 맞춰져 있음을 짐작케 하는 자리였다.
올해 CES에서는 IoT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 전구, 스마트 자물쇠, 수면 분석기, 연기 알람, 온도 조절기, 홈 모니터링 시스템, 스위치 제어 로봇 등 다양한 기기들이 대거 쏟아져 나왔다. 우리나라 기업인 삼성, LG, 코웨이를 비롯해 다원 DNS(스마트플러그), 고퀄(스마트스위치), 에이웍스(스마트스위치), 쿠드인터랙티브(스마트 책상), 이노피아테크(게이트웨이, 프로젝터) 등도 스마트홈 관련 제품을 선보였다.
스마트홈 관련 산업은 기술적으로 막 걸음마를 시작한 단계지만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고 시장 선점을 위한 기업 간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기업들이 IoT 등 스마트홈 관련 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아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성장도 가속화될 것이란 게 관련 전문가들 판단이다.
◇IoT기기 봇물…스마트홈 시대 개화
한국스마트홈산업협회는 스마트홈을 ‘주거공간 및 기기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편리, 안전, 경제, 즐거움 등 가치를 더하는 환경’으로 정의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03년 스피커폰과 자동 도어록 등이 출시되면서 스마트홈 시대의 막이 올랐다.
당시 기술은 온도조절 기능과 카메라를 통한 방문객 확인, 외출 시 방범을 위한 조명 관리 정도 수준에 불과했다. 이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지난 2014년 CES에서 국내 첫 IoT 가전 제품라인을 선보인 데 이어 지난해 코웨이, 동양매직, 위닉스 등 국내 중견 가전사들도 IoT 적용 제품들을 앞다퉈 시장에 내놓으며 스마트홈 시대는 개화기를 맞고 있다.
온도조절 기능만 구현하던 보일러는 현재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 기기로 원격제어가 가능하고, 여기에 예약 기능과 고장 등 특정 상황과 집안 온도 상태에 대한 알람 기능을 갖추게 됐다. 또한 주방가구나 화장대 거울 등에도 터치스크린이 적용돼 유무선 인터넷을 통한 통화, 검색 등 스마트폰과 같은 기능들을 사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진화했다.
물론 주거공간을 만드는 건설업계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월패드를 통해 부재 중 방문자 영상 확인, 침입·화재·가스 감지 및 경보, 조명·가스밸브·냉난방기기 제어, 엘리베이터 연동 기능 등이 보편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시장 급성장…관련 산업 훈풍
관련 시장도 스마트홈에 쏠리는 관심만큼이나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ICT시장 분석 전문 기관인 BI인텔리전스(Intelligence)에 따르면 스마트홈 기기의 빠른 보급으로 스마트홈 시장 규모는 2014년 610억달러에서 지난해 1045억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또한 연평균 47.2% 성장해 2019년에는 4902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인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trategy Analytics) 역시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시장도 2015년 10조940억원 규모에서 연평균 20.4% 성장해 2019년에는 21조1763억원 규모로 두 배 이상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스마트 융합가전, 홈오토메이션, 스마트 홈시큐리티, 스마트 그린홈, 스마트TV&홈엔터테인먼트 산업 등 스마트홈 관련 산업의 고른 성장이 예상된다”면서 “사물과 사물을 잇는 사물인터넷 기술이 스마트홈 산업 전반에 도입돼 이제까지 일상생활에서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가치를 당연하게 누리며 사는 때가 머지않아 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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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환기자 admor7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