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기후변화와 인류, 그리고 에너지 포트폴리오

Photo Image

어느 날 지구에 외계인이 침공한다. 외계인은 인간을 말살한다. 이유는 인간이 지구를 파괴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공상과학 영화나 소설에 등장하는 흔한 설정이다. 지난해 초 개봉된 ‘킹스맨’도 액션영화로 잘 알려져 있지만 내용 전체를 관통하는 코드는 인류와 기후변화다. 악당으로 등장하는 새뮤얼 잭슨이 기후변화 해법으로 내놓은 대책은 다름 아닌 인위적 인구 감축이었다.

얼마전 환경론자와 대화에서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 인류는 지구에 잠시 스쳐가는 생물이고, 지구 환경을 위해선 인구 감소도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킹스맨’의 잭슨처럼 인위적 인구 조절을 직접 언급한 것은 아니었지만 충격적인 얘기였다.

환경론자 다수의 의견은 분명 아닐 것이다. 하지만 기후변화라는 이슈를 놓고 원전과 석탄 등 일부 에너지에 혐오감을 표출하는 모습에선 과연 인류가 먼저인지 지구가 먼저인지 혼동이 인다.

세계 각국 정상이 모여서 온실가스 감축을 약속한 것은 지구 환경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지만 그에 앞서 인류 지속 가능성이란 더 큰 목표가 있다. 지구는 우리와 후손이 살아갈 터전이다.

에너지 사용으로 기후변화가 닥쳤지만 인류와 에너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이런 관점에서 일부 에너지원에 대한 환경론자의 혐오감은 위험하다.

원전과 석탄을 포기하고선 현재 에너지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 신재생으로 이를 대체하는 것은 먼 훗날 얘기고 또 다른 환경파괴 문제를 가져온다. 만약 신재생으로 모든 수요를 감당해도 만일을 대비한 원전과 석탄 등 에너지 포트폴리오 다양성은 유지해야 한다.

기존 에너지를 버리고 신재생에만 의존하고 에너지 사용을 줄이자는 것은 인류에게 다른 많은 것의 포기를 강요한다. 불의 발견으로 시작된 인류문명의 쇠퇴도 가져올 수 있다. 지구를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지구에 인류가 없다면 의미도 없을 것이다.


조정형 에너지 전문기자 jenie@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