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 과학향기]"20분씩 1주일 2회 달리는게 건강에 가장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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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잔뜩 골이 난 태연의 손목을 잡고 학교 운동장 육상 트랙 앞에 선다. 그리고선 마라톤 영웅 이봉주 선수와 비슷한 상당히 부담스러운 눈빛을 태연에 보낸다.

“어때, 이봉주 선수랑 진짜 똑같지 않냐? 몸매며 눈빛까지!”

“아, 정말 저한테 왜 이러시는 거예요! 냉동고 추위는 지났다지만 감기 걸린다고요. 억지로 운동장에 끌고 나와서는, 그토록 부담스러운 눈빛을 보내시는 이유가 대체 뭐냐고욧!”

“아빠가 초보 러너잖니. 미국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초심자 운동지침을 보니까 ‘달리는 도중 옆 사람과 간단한 대화는 할 수 있으나, 노래는 할 수 없는 정도의 강도’가 달리기에 가장 좋다더라고. 달리기는 건강을 지키는 가장 손쉬운, 또 가장 효과 좋은 운동이란다. 심폐지구력과 전신 근력을 키워주지. 뼈를 튼튼하게 해 골다공증을 예방해주고. 성인병 주원인인 나쁜 콜레스테롤(LDL 콜레스테롤)을 줄여 당뇨나 고혈압 등 성인병을 예방해준대. 발바닥 자극이 뇌 움직임을 촉진해 두뇌 노화까지 늦출 수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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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엥? 우울증에요? 이건 금시초문인걸요?”

“달리기를 시작하고 30분 정도가 지나면 힘들고 고통스럽다는 생각 대신, 상쾌하고 즐거운 기분이 들지. 일명 러너스 하이(runner’s high) 또는 ‘러닝 하이(running high)’로 불리는 증상이다. 달리기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뇌에서 강력한 진통제인 몰핀과 비슷한 ‘베타 엔돌핀’의 혈중 농도를 높이기 때문에 일어난단다.”

“그런데 아빠, 달리는 시간과 횟수는 어느 정도가 좋아요? 어떤 사람은 느리게라도 오래 뛰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시간보다는 횟수가 중요하다고 하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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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목적에 따라 조금씩 달라. 다이어트가 목적이라면 강도보다는 시간이 중요하단다. 인체는 달리기를 시작해서 30분 정도까지는 사용하기 쉬운 근육 속 글리코겐을 에너지원으로 쓰지만, 그 이상이 되면 축적해 놓은 지방을 태워서 힘을 내거든. 살이 빠진다는 얘기야. 그러니까 주 3회 이상 꼭 30분 이상 달리는 게 중요하지. 하지만 심장병이나 골다공증 예방과 같은 건강증진이 목적이라면 시간과 강도 보다는 얼마나 꾸준히 하는가가 훨씬 더 중요하단다. 최근 뉴올리언스 옥스너 메디컬센터 칼 라비 박사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결과를 보면, 일주일에 51분 이하로만 달려도 건강에는 큰 도움이 된다는구나. 가장 좋은 건 한 번에 20~30분 정도(2.5~5㎞)를 일주일에 두 번 달리는 것이지만, 그 이상 달린다고 해도 건강에 특별히 더 좋은 건 아니라는 얘기야. 대신 매주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지.”

“헐, 의외네요. 오래 달릴수록 무조건 좋은 건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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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운동시간과 강도만큼이나 자세도 중요하단다. 달릴 때는 가만히 앉아있을 때보다 보통 3배 이상 하중이 발목이나 무릎에 가해지는데, 이 하중을 줄이려면 최대한 몸이 지면과 수직상태가 되도록 유지해야 해. 고개를 반듯하게 하고 가슴과 허리를 펴고 엉덩이는 앞으로 쭉 잡아당기는 거지. 또 무릎은 걸을 때와 비슷한 정도로 조금만 올리고, 발끝이 벌어지지 않도록 평행하게 유지하는 게 좋아요.”

“음, 살찐 로봇같이 보이는 게 좀 어색하긴 하지만, 그게 좋은 자세라는 거죠?”

“이렇게 해야 부상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거야. 달리기는 세상에서 가장 쉬운 운동이지만, 무리하면 다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주의할 것도 꽤 많단다. 달리기를 하는 동안 심장 박동은 보통 분당 180회 이상으로 빨라지고, 수축기 혈압도 180까지 높아지기 때문에 평소에 고혈압이 있거나 심장이 안 좋은 사람들은 의사와 꼭 상의를 하고 시작해야 해.”

“아하, 아까부터 매우 모범적인 달리기 자세를 하고 달리기에 대해 열정적으로 설명하시면서도 정작 본인은 전혀 달리지 않은 채 거북이처럼 걷고 계시는 게, 바로 부상 방지를 위한 것이었다는 말씀을 하고 싶으신 거죠?”

“흐억, 내 딸 족집게셔!”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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