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車 많아져도 판매는 부진…"저유가가 발목잡나"

국내 시장에 친환경차가 쏟아지고 있지만 저유가 기조 지속으로 판매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지난달 국내 친환경차 판매량은 지난해 1월보다 20% 이상 감소했다. 올해 현대자동차 ‘아이오닉’을 비롯해 한국지엠 ‘볼트(Volt)’, 토요타 ‘프리우스’, BMW ‘330e’ 등 신차가 나오지만 판매량은 기대치를 밑돌 것이란 우려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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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하이브리드 전용차 `아이오닉`

14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하이브리드(H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순수전기차(EV) 등 친환경차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20.1% 감소한 2960대를 기록했다. 지난달 기준 국내 등록 친환경 차량은 36종으로 지난 1년 새 10종 가량 늘었지만 판매량은 오히려 줄었다.

친환경차 선택 폭이 넓어졌지만 시장 파이는 커지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저유가 기조 때문이다. 지난달 평균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26.86달러다. 지난해 1월 45.77달러보다 41.4% 감소했다. 국제유가는 이달 들어 하락폭이 커졌다. 2월 첫째 주 평균 두바이유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61.6% 감소한 배럴당 20.48달러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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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 두바이유 평균 거래 가격

친환경차는 일반 내연기관 차량 대비 가격이 500만~2000만원 비싸다. 친환경차 주요 부품인 리튬이온 배터리, 전기모터, 인버터 등 가격이 높기 때문이다. 친환경차는 내연기관 차량 대비 연비가 높아 고유가 시대에는 높은 가격에도 인기를 얻었다. 지난해 국내 친환경차 판매량은 4만대가량으로 역대 최대치다. 하이브리드차는 3만8887대 규모로 성장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유가 하락이 본격화되면서 성장세가 꺾였고, 올해에는 ‘역주행’하게 된 것이다.

국내 경유 가격이 저렴한 것도 친환경차 판매 감소 원인으로 꼽힌다. 이달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은 휘발유보다 18% 저렴한 리터당 1116.96원이다. 친환경차 연비가 디젤차량보다 20% 이상 좋지 않으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게다가 경유는 휘발유보다 가격 하락 폭도 훨씬 크다. 2월 평균 휘발유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3.5% 떨어지는데 그쳤지만 경유는 11% 이상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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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휘발유 경유 전국 평균 가격

친환경차 시장 위축으로 정부와 업계는 걱정이다. 정부는 올해를 ‘친환경차 대중화’ 원년으로 삼았다. HEV 3만400대, PHEV 3000대, EV 8000대 등 총 4만1500대 규모 보조금을 준비했다. 국내외 업체는 올해에만 HEV 7종, PHEV 7종 등 총 14종 신차를 준비하고 있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최근 국내 법인을 설립하고 시장 진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국제 유가가 당분간 하락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기 때문에 테슬라 등 전기차 업체와 HEV 주력 업체는 부진이 예상된다”면서 “디젤차가 주력인 수입차는 올해에도 디젤차가 주력 제품으로 자리잡을 것이고, 가솔린 가격 하락으로 대형차 판매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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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 `프리우스` 4세대 모델

전문가들은 현 상황에서 친환경차 판매를 늘리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 외에 업체별 프로모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대차는 HEV 전용차 ‘아이오닉’ 판매를 늘리기 위해 직원을 독려하고 있다. 토요타는 3월 출시하는 4세대 ‘프리우스’ 신차효과를 위해 프로모션을 준비하고 있다. BMW는 330e, 730e, X5 xDrive 40e 등 PHEV 제품군 출시 이벤트를 계획하고 있다.


류종은 자동차 전문기자 rje312@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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