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 식욕은 새해에도 여전하다.
10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중국 치후360(Qihoo360)이 이끄는 컨소시엄이 오페라 브라우저를 개발한 노르웨이 오페라소프트웨어를 12억달러(1조4370억원)에 인수한다.
치후360은 안티바이러스 소프트웨어로 유명하다. 중국 3대 모바일 게임 업체 중 하나기도 하다. 컨소시엄에는 중국 온라인 게임 업체인 쿤룬도 포함됐다.
인수 가격은 주당 71크로네(9949원)다. 지난 5일(현지시각) 주가에서 46% 프리미엄이 더해졌다. 오페라소프트웨어 주식은 이날 인수설이 불거지면서 거래가 중지됐다.
오페라 브라우저는 모바일 분야에 특화돼 있다.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PC나 태블릿PC와 달리 모바일 브라우저 시장에서 오페라가 4위다. 점유율 10.8%로 올 1월 처음으로 안드로이드 브라우저를 제쳤다.
모바일 분야 경쟁력이 약한 치후360이 주목한 이유다. 치후360은 안티바이러스 소프트웨어로 잘 알려진 데다 중국에서 두 번째 큰 검색 엔진을 운영하고 있지만 대부분 수익은 PC에서 나온다. 모바일 비중은 24%에 불과하다. 경쟁업체인 바이두는 매출 절반이 모바일에서 발생한다.
치후360은 “오페라 인수는 해외 시장 진출 확대 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치후360이 뉴욕증시 상장폐지 과정을 밟고 있어 기업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다.
오페라 인수로 중국 기업이 해외 기업을 인수하는데 쓴 금액은 7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중국 국영기업 화공그룹(CNCC)이 역대 최대 규모인 430억달러(약 52조3700억원)에 세계 최대 농약업체 스위스 신젠타를 인수하면서 왕성한 식욕을 과시했다.
CNN머니에 따르면 신젠타 인수 건을 포함해 중국 기업이 지난 1월 한달 동안 발표한 해외기업 인수합병은 66건, 인수금액은 680억달러다. 지난해 중국 기업 인수합병 총액의 절반을 이미 넘어섰다.
해외 투자금융업계에서는 중국 기업이 중국 내수시장 성장세가 둔화되자 해외기업 사냥에 눈을 돌린 것으로 분석한다.
벤 카벤더 차이나마켓리서치 분석가는 “중국 국영기업이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며 “내수시장 성장 여력이 크지 않기 때문에 해외 진출에 나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안화 가치가 하락할 것이란 우려가 커진 점도 해외기업 인수합병을 서두르는 이유다.
로키 리 로펌 캐드월러더 분석가는 “위안화 가치가 추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중국 기업이 외국 기업 가치가 더 비싸지기 전에 인수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수합병은 올해를 기점으로 점차 줄어들 전망이다.
인수합병 기업 국가가 제동을 걸기 때문이다.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는 신젠타 핵심 사업부문이 미국에 위치하고 있다는 이유로 “이번 인수건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로열필립스 조명 사업부 자회사 루미레즈 인수 건에서도 미국 정부가 안보를 이유로 막아섰다.
위안화 하락도 인수합병 부담을 키우고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올해말까지 위안화 가치가 10% 이상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 경기 둔화가 심화되고 위안화 약세가 지속되면 중국 정부가 자본 유출을 억제할 가능성도 높다.
모바일 브라우저 점유율 변화(출처:스탯카운터)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