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와 정보기술(IT)이 발달하면서 자율주행차는 더 이상 미래가 아닌 현실이 됐다. 현재 IT기업 구글이 자율주행 기술을 선도하면서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현대·기아자동차, 볼보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추격하는 양상이다. 최근 출시하는 차량 대부분은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했다. 업체들은 4~5년 안에 상용화할 계획이다. 각 국은 관련 법안이나 규제를 마련하며 본격적인 ‘자율주행’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자율주행 기술 상용화 수준 ‘레벨2’…궁극적 ‘레벨4’ 목표
미국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자율주행 기술을 레벨 0부터 4까지 다섯 단계로 정의했다. 레벨0은 운전자가 주행에 관한 모든 기능을 작동하는 ‘완전 비자동화’ 단계다. 기계적 부품만으로 자동차를 제작했던 시절 기술이다.
레벨1은 2000년대 이후 전자장치를 도입한 이후 ESC(전자자세제어장치), ACC(어댑티브크루즈컨트롤) 등 일부 기능에서 자율주행 기술의 도움을 받는 단계다. 레벨2는 두 가지 이상 자율주행 기술이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상태다. 제한적 조건에서 운전자 개입 없이 차량 스스로 작동이 가능하다.
레벨3부터는 본격적 자율주행에 가까운 수준으로, 특정 도로나 주행환경에서 차량의 모든 기능을 자동적으로 제어하는 상태다. 필요에 따라 돌발 상황에서만 운전자가 주행에 관여할 수 있다. 레벨4는 ‘완전자율주행’ 단계로, 운전자가 목적지만 입력하면 출발부터 도착까지 자동차 스스로 주행하는 단계다. 레벨4는 운전자 개입 자체가 불가능한 ‘무인차’와 운전자 개입을 선택할 수 있는 ‘유인차’로 나뉜다.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업체 대부분은 현재 레벨3 이상 기술 수준을 갖췄다. 메르세데스-벤츠, 현대·기아자동차, 테슬라, 볼보 등 일부 업체는 레벨2 기술을 시판 모델에 적용했다. 구글은 레벨4에 해당하는 ‘무인차’를 개발, 지금까지 300만㎞ 이상 시험 주행을 진행했다. 메르세데스-벤츠도 지난해 ‘2015 CES’에서 무인 자율주행 콘셉트카 ‘F015 럭셔리 인 모션’을 공개했다.
◇2020년 글로벌 자율주행기술 경쟁 본격화
완전 자율주행 기술을 가장 먼저 상용화하는 곳은 볼보다. 볼보는 2017년까지 자율주행 자동차 100대를 일반도로에 달리게 하는 것을 목표로 ‘드라이브 미(Drive Me)’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볼보 자율주행 기술은 360도를 모니터링하는 8개 레이더와 카메라, 초음파 센서 12개, 교통당국에서 최신 지도와 교통상황 정보를 송수신하는 클라우드 시스템, 3D 디지털 지도를 이용한다. 볼보는 자율주행차의 궁극적 목적으로 ‘무사고’를 내세웠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지난해 소프트웨어(SW)를 업데이트 한 자율주행 기술 ‘오토파일럿’을 공개했다. 오토파일럿은 도로 상황에 맞춰 목적지까지 스스로 운전하는 ‘레벨3’에 해당하는 기술이다. 테스라는 2018년까지 자동으로 시동을 걸고 주행과 충전, 주차까지 완전 자동화를 목표로 한다.
현재 가장 앞선 자율주행 기술을 보유한 곳은 구글이다. 구글맵, 구글어스에서 수집한 지도 데이터로 ‘고정밀 지도’를 구축하고 있다. 사람 개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무인차를 2020년까지 상용화할 계획이다. 가장 빠른 자율주행차를 보유한 아우디도 2020년까지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2014년 10월 고성능차 ‘RS7’을 기반으로 하는 자율주행 콘셉트카는 독일 호켄하임링 서킷 4574㎞을 최고속도 시속 240㎞로 완주했다.
가장 많은 자율주행 관련 특허를 보유한 토요타도 자율주행차 상용화 시기를 2020년으로 잡았다. 토요타는 인공지능(AI) 로봇 주행기술을 적용한 자율주행차를 개발 중이다. 포드 역시 자율주행 도시 ‘M시티’를 개발한 미국 미시간대학교와 협력관계를 맺고 자율주행차를 개발, 2020년 상용화한다는 방침이다. 포드는 자율주행차 사고 대응을 위해 미국 최대 보험회사인 ‘스테이트팜’과 협력도 맺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오는 2035년이면 세계 자동차 판매량 25%가 무인차가 될 예정이다. 이 중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차는 1200만대, 부분 자율주행이 가능한 차는 18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 시장조사 업체 ‘내비건트 리서치’는 2035년 신규 차량 가운데 자율주행 기술 탑재 차량이 7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자율주행 점차 상용화 국면
현대차그룹은 77억5000만달러(약 10조원)를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투자한다. 2020년 부분자율주행 상용화를 달성하고 2025년 고도자율주행 기술 완성, 2030년 완전자율주행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현재 확보한 기술 수준은 ‘레벨4’. 12월에는 미국 네바다주 고속도로 자율주행 면허를 취득했다. 현대차그룹은 캘리포니아, 미시간, 플로리다 등 다른 주 면허도 취득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 교통부는 최근 자율주행차 시범사업에 10년간 40억달러(약 5조원)를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각 주마다 다른 자율 주행 자동차 규율을 통일하기 위해서다. 현재 캘리포니아, 네바다, 플로리다, 미시간, 워싱턴D.C 등 5곳에서 자율주행 관련 법률을 마련한 상태다. 하지만 미국 전반적으로 공유하는 법률은 없다.
국내에서도 자율주행이 최근 큰 관심을 모으면서 법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자율주행 중 사고에 따른 제조자 손해배상 책임 범위, 탑승·운전자 업무상 과실치사상죄 적용 여부 등 수많은 난제가 쌓여 있다. 규제 완화 요구가 빗발치자 국토교통부는 다음 달 경부고속도로 수도권 일부 구간(41㎞)과 수원·화성·용인 등 5개 국도(320㎞)에서 자율주행 시험을 허용키로 했다.
류종은 자동차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