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그랜드 마스터 클래스 빅 퀘스천 2016’이라는 생각축제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강연에서는 ‘당신의 삶에 있어 빅퀘스천은 무엇인가’라는 큰 질문을 던져주었다. 21명의 강연자들로부터 배우는 것도 물론 많았지만,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강연이 끝난 후 청중들은 또 다른 질문을 안고 돌아갔다는 점이다. 필자 또한 3일간 청중으로서 강연에 참여하며 ‘빅 퀘스천’에 대해 반추해보았다. 그야말로, 삶에 대한 풀리지 않는 갈증을 해소해주는 지적 향연과 같은 시간이었다.
‘질문’은 우리의 삶 전체에 있어 중대한 실마리가 될 뿐만 아니라, 공부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단초가 된다. ‘생각의 탄생’의 저자인 로버트 루트번스타인도 이번 강연에서 아인쉬타인의 명언을 언급하며, “정답보다 중요한 건 질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우리는 자신의 삶을 살아감에 있어서도, 우리 아이들을 키움에 있어서도 늘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또한, 우리 아이들도 맘껏 질문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헌데, 현실은 어떨까?
우리나라에서 공부 방법은 4가지 단계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듣고, 외우고, 시험보고, 잊어버리고’. 어릴 때 시도때도 없이 질문을 쏟아내던 아이들은 학교에 들어가 제도교육을 받기 시작하면서부터 입을 닫는다. 질문하지 않는다. 의심하지 않는다. 의문을 갖지않는다. 그저 정답맞추기에 급급하다. 누가 우리 아이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EBS 우리는 왜 대학에 가는가’를 통해 ‘말하는 공부법’이 소개된 이후, ‘하브루타’라는 단어는 우리 교육계에 충격적인 화두를 던져주었다. 생각하지 않게 만드는 교육방식에 대한 문제제기가 시작되면서 최근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고자 하는 다양한 움직임들도 함께 일고 있다.
전성수 교수는 ‘최고의 공부법-유대인 하브루타의 비밀’에서 “한국인은 지능도 유대인보다 앞서고, 공부하는 시간도 훨씬 길고, 부모의 교육열도 높고, 교사의 수준도 뛰어나다. 때문에, 공부 방법 하나만 바꿔도 유대인을 앞설 수 있다. 유대인들이 노벨상 30%를 차지하고 아이비리그 입학율 30%를 차지하며 법률, 언론, 금융, 경제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는 늘 질문하고 어느 누구하고도 토론하고 논쟁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 교수는 하브루타를 ‘짝을 지어 질문하고, 대화하고, 토론하고 논쟁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이것이 우리 교육의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하브루타’는 원래 유대인들이 탈무드나 토라를 공부할 때 활용하는 일상 대화법이자 토론법이다. 하브루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질문과 대화’다. 계속되는 대화 속에서 질문하려면 생각해야 하고, 생각하려면 머리를 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자연스레 공부가 된다는 것이다.
지난 칼럼을 통해 ‘생각이 자라는 기적의 질문노트’와 질문을 통한 독서법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어떠한 책이든, 어떠한 텍스트이든, 심지어 일상적인 대화 속 텍스트에서도 짝을 지어 질문하고 대화하는 ‘하브루타’ 방식을 취하면 생각하는 힘과 창의력을 기를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학습효과도 높일 수 있고, 부모와 자녀의 관계도 개선할 수 있다.
‘하브루타’라는 용어가 언론에 심심찮게 등장하면서 인지도가 한층 높아졌지만, 실천하기는 어렵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다. 실제 4명의 평범한 엄마들과 함께 하브루타를 시도해 보았다. 처음에는 “짝지어 본문을 낭독한 후, 질문을 써보라”고 하자, 당황하는 빛이 역력했다. 4명 모두 ‘이걸 보고 대체 무슨 질문을 하라는 거지?’하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외우는 것이라면 몰라도 ‘질문하기’는 매우 어려운 과제였던 것이다. 네차례에 걸쳐 하브루타를 진행한 후에는 “하브루타의 매력에 푹 빠졌다”며 “아이와 함께 해보고 싶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처럼 질문능력은 연습을 통해 향상된다. 로버트 루트번스타인도 빅퀘스천 강연을 통해 ‘창의력은 연습을 통해 길러질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브루타’도 마찬가지다. 여러차례 시도해 보면 점점 스스로 질문하고 해답을 찾아가는 ‘지적 즐거움’에 빠져들게 된다.
하브루타의 방식은 의외로 간단하다. 질문을 만들고 1:1로 짝을 지어 핵심질문에 대해 부담없이 생각을 나누면 된다. 책이나 텍스트가 없어도 괜찮다. ‘시간’, ‘자유’와 같은 개념을 놓고도 질문해 볼 수 있다. 이 때 백지노트에 질문을 먼저 써 내려가는 게 좋다. 이는 아이들도 쉽게 시도해볼 수 있다. 책을 읽을 때도 하브루타식 대화법을 적용해 보면, 줄거리를 요약하는 방식의 책읽기와는 차원이 다른 경험을 하게된다. 그래도 하브루타를 실천하는 게 너무 어렵게 느껴진다면 , ‘생각의 근육 하브루타’, ‘영재들의 비밀습관 하브루타’ 등 실전서를 접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스스로 만들어 낸 질문에 대해 ‘정답이 아닌 해답’을 찾아가는 대화의 과정은, 정말이지 ‘놀라운 경험’이 아닐 수 없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러한 경험을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열린 마음만 있다면 아주 평범한 어른들끼리도, 아이들끼리도, 부모와 자녀 간에도 가능하다. 그저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대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또 다른 빅 퀘스천’을 찾아나가는 신기한 경험을 즐기면 된다.
“자, 이제 당신에게 묻습니다. 질문할 준비가 되셨나요?”
[필자 소개] 김연정 / 트위터코리아 이사.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마케팅담당 부장, 아디다스코리아 브랜드커뮤니케이션 팀장을 지냈다. 저서로는 ‘난 육아를 회사에서 배웠다, 매일경제신문사’가 있다. 가족과 함께하는 ‘행복한 성공’을 지향하며, ‘엄마 리더십’에 대한 강연도 진행한다. @TheNolj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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