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에 끼워파는 요구르트가 형편없으면 우유까지 안 팔려 VS 맥도날드서 400원만 내면 세트 준다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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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CJ헬로비전 인수합병 전문가 토론회가 3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렸다.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우유에 끼워 파는 요구르트가 형편없다면 우유까지 안 팔릴 것이다. (권남훈 건국대 교수)”

“맥도날드 갔더니 400원만 내면 콜라와 감자튀김 준다고 해서 세트를 시키게 되더라. (김종민 국민대 교수)”

3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전문가 토론회’ 참석자들은 일상에서 겪은 예를 들어가면서까지 찬반 양론을 쉽게 풀어내려 애썼다.

우유 이야기는 결합상품 위험성을 부정한 것이고, 맥도날드는 위험성을 강조한 것이다. 유머러스하지만 이론적 배경은 간단치 않았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이 통신방송시장 경쟁에 미치는 영향과 결합상품 지배력전이, 요금인상 가능성 등 현안마다 전문가다운 논리가 날카롭게 부딪쳤다.

찬성 진영은 경쟁이 제한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CJ헬로비전이 가진 알뜰폰과 초고속인터넷 가입자가 적어 경쟁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시중에 떠도는 SK텔레콤 이동통신 점유율이 잘못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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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CJ헬로비전 인수합병 전문가 토론회가 3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렸다.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김성환 아주대 교수는 “SK텔레콤 이동통신 점유율은 현재 44.5%이고, CJ헬로비전과 SK텔링크 알뜰폰을 모두 더해도 47.5%다. 50%를 넘지 않는다”며 “SK텔레콤이 50%를 넘는다는 것은 이 회사 회선을 이용하는 알뜰폰 가입자를 포함했기 때문이다. 정확한 시장획정을 위해서는 도매제공 알뜰폰은 제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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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CJ헬로비전 인수합병 전문가 토론회가 3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렸다.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반대 진영은 SK텔레콤 독점력 확대로 경쟁이 제한될 것으로 우려했다.

김종민 국민대 교수는 “실증분석을 해보니 CJ헬로비전이 독점하는 19개 방송권역에서 SK텔레콤 이동통신 점유율이 32.9% 증가했다”며 “이를 전국으로 계산하면 최소 4%포인트 점유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CJ헬로비전 유선 가입자는 결합상품을 이용하지 않고 있는데, 이들이 결합상품을 통해 SK텔레콤 이동통신에 가입할 확률이 높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CJ헬로비전 알뜰폰까지 더하면 1.5%포인트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결합상품을 통한 지배력전이 문제는 의견대립이 가장 치열했다.

반대 측은 결합상품 경쟁력 핵심은 ‘자금력’인데, SK텔레콤이 이통시장 수익 대부분을 가져간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 초고속인터넷을 재판매하는 속도가 무척 빠른데, 이는 지배력전이를 방증한다고 했다.

강병민 경희대 교수는 “이동통신 시장점유율은 5:3:2 구도지만 수익 70%는 SK텔레콤이 가져간다”며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SK텔레콤이 결합상품시장으로 지배력을 전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일순 인하대 교수는 “SK텔레콤의 SK브로드밴드 재판매 성장속도가 빠른 것은 결합판매·대리점 판매망 등 SK텔레콤이 가진 장점이 발휘됐기 때문”이라며 “합병 후 지배력이 유료방송으로까지 전이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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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 측은 즉각 반박했다. 결합상품이 경쟁을 제한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경쟁을 장려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경원 동국대 교수는 “정부 통신시장경쟁상황평가를 보면 3개, 4개씩 결합하는 서비스가 대세가 되고 있다. 결합상품 경쟁 심화로 소비자는 요금인하 효과를 보고 있다”며 “결합상품을 제공하지 못하는 사업자를 배제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제공할 수 있는 사업자 간에는 경쟁이 일어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환 아주대 교수는 “지배력전이는 ‘독점화’ 문제인데 두 회사가 합병한다고 해서 SK텔레콤이 특정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것은 전혀 없다”며 “심각한 문제에 대해서 용어를 정확히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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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금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도 양측은 팽팽히 맞섰다.

김성환 아주대 교수는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2위 사업자가 요금을 인상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고, 권남훈 건국대 교수는 “결합상품으로 시장지배력을 높이려면 오히려 가격을 내려야 하는데, 가격을 올리는 게 문제지 내리는 건 문제가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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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일순 인하대 교수는 “직접 계산을 해보니 합병으로 유료방송 가격인상압력지수(GUPPI)가 30.4%에 달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지수가 20% 정도인데도 합병을 불허한 사례가 있다”며 “SK군 지배력 강화로 요금인상 유인이 확실히 높아질 것이다. 특히 명목가격을 높이지 않더라도 시청채널을 줄이는 등 실질가격을 높이는 편법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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