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銀)으로 덮은 종이 크로마토그래피가 개발됐다.
KAIST는 정기훈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종이에 금속나노입자를 증착시켜 저렴하면서도 정교한 크로마토그래피용 종이를 개발했다고 1일 밝혔다.
이 연구는 광학분야 국제 학술지 ‘빛:과학과 응용(Light: Science and Applications)’ 1월 15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크로마토그래피는 특정 용매를 이용해 혼합물을 분리하는 기술이다. 가장 전통적인 종이 크로마토그래피를 비롯해 박막, 가스 등 다양한 방법으로 만든 크로마토그래피가 존재한다. 그 중 종이 크로마토그래피는 종이를 용매에 살짝 담근 후 종이 내 혼합물질 성분과 종이 인력 차이에 의해 물질이 나아가는 정도가 달라지는 것을 이용한 혼합물 분리방법이다.
종이 크로마토그래피는 저렴하고 다수 성분을 동시에 검출할 수 있어 광합성 산물과 다양한 생체 혼합물 분리, 검출에 응용된다.
그러나 현존하는 종이 크로마토그래피 기술은 가격이 저렴한 대신 혼합물 분리 정교성이 떨어진다. 혼합물 내 분자농도가 낮으면 빛을 조사해도 성분 검출이 잘 되지 않는다. 분자를 검출하기 위해 형광 표지(label)을 붙여 빛을 조사하는 방법도 있지만 형광 표지로 인해 분자의 본래 특성이 변하게 된다.
연구팀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나노플라즈모닉스 특성을 갖는 은 나노섬을 종이 표면에 균일하게 증착하는 방법을 썼다. 나노플라즈모닉스 기술은 금속 나노구조 표면에 빛을 집광시키는 기술이다. 신경전달물질, 유전물질, 생체물질 검출 등에 응용 가능하다.
은과 같은 금속은 빛을 조사했을 때 기존보다 강한 빛을 받아들이는 특성을 가져 연구팀은 종이의 특성을 유지하면서 기판 표면에서의 빛 집광도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개발한 종이에 표면증강 라만 분광법(Surface-enhanced Raman spectroscopy)을 접목해 별도 표지 없이 혼합물을 분리하고 피코몰(10-12M) 수준의 극 저농도 물질도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은 검출가능한계를 최고 수준으로 향상시켜 진단의학, 약물 검사 등 특정 성분의 분리 검출이 요구되는 다양한 분야에 응용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교수는 “진공증착, 저온 열처리 등 일반적인 반도체 공정을 이용해 정밀하고 대면적 양산이 가능한 금속나노구조를 제작했다”며 “기존 기술의 단점인 비싼 가격, 셀룰로오스의 특성 변화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교수는 “향후 저비용 무표지 초고감도 생체 분자 혼합물 분리와 분석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신약 개발용 약물 스크리닝, 환경 지표 검사, 생리학적 기능 연구 등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전=박희범 과학기술 전문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