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명 애니메이션 A제작사는 중국 사업권을 중국기업에 전부 넘기는 것을 고민 중이다. 계약이 이뤄지면 중국기업이 중국 내에서 A제작사 캐릭터를 이용한 모든 부가사업권을 갖는다. 애니메이션에 관심 없는 일반인도 알 만큼 인기 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들었지만, A제작사는 한동안 직원 월급을 주지 못할 정도로 재정 상황이 좋지 않았다. 애니메이션업계 관계자는 “A제작사가 직원들 밀린 월급을 주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중국기업에 사업권을 팔 계획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중국 자본이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를 잠식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넛잡 제작사 레드로버가 중국 가전유통업체 ‘쑤닝유니버설 그룹’에 인수됐고, 중국 대형 장난감기업 알파그룹이 RG애니메이션스튜디오의 ‘빼꼼’ 지적재산권을 샀다.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사는 중국기업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있다. 애니메이션을 방영해도 제작비를 전혀 감당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TV방영권료는 애니메이션 제작비 10분의 1도 안 된다. TV방영 애니메이션 시리즈는 보통 13, 26부작으로 구성된다. 1편당 애니메이션 평균 제작비는 1억이기 때문에 제작비가 20~30억이 들어간다. 방송사에서 애니메이션 1편당 방영권료는 1000만원이다. 김원규 한국애니메이션 제작자협회 사무국장은 “요즘 방송사가 주는 방영권료는 1000만원 이하이기 때문에 방영만으로는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애니메이션 제작사는 살기 위해 완구 등 부가사업에 눈을 돌리지만 국내 내수시장만으로는 제작비를 충당하기 어렵다. 애니메이션 업계 관계자는 “방영하면 할수록 적자를 보는 것이 애니메이션 업계라 캐릭터, 완구 등 부가사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데 국내 내수시장은 너무 작아서 해외 진출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왜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애니메이션 스토리가 아닌 캐릭터 등 부가사업에 더 집중해야 되는지 모르겠다”며 “순수하게 애니메이션 제작으로만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대부분 애니메이션 제작사 재원이 좋지 않기 때문에 중국기업의 투자 제안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 김원규 사무국장은 “영세한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단독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중국 자본이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에 흘러들어올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한중 공동제작이 아닌 모든 판권이 중국기업에 넘어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김 사무국장은 “중국시장을 진출하기 위한 좋은 의도로 제휴를 시작해도 결국 중국 기업에 잠식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많은 중국기업이 자금이 많기 때문에 공동 제작보다는 아예 국내 인기 애니메이션과 캐릭터를 사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국내 애니메이션 기술이 중국으로 흘러들어가지 않기 위해서는 잘못된 구조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제작비의 10분의 1도 안 되는 방영권료를 높여야 된다는 주장이다.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사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정부가 애니메이션 상표권 등록과 해외 배급을 도와줘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캐릭터 사업에는 장난감, 문구 등 다양한 종류가 있기 때문에 영세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이 저작권 문제를 감당하기 힘든 구조이기 때문이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