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업계가 중금리대출에 뛰어들면서 광고규제에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저축은행은 기존 20% 넘는 고금리대출에서 벗어나 10%대 중금리대출로 환골탈태했고 규제도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금융당국은 시기상조라며 부정적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SBI저축은행은 자사 모바일 중금리대출 ‘사이다’ TV광고를 대부업체와 동일한 시간규제에서 제외해 달라고 저축은행중앙회에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
출시한지 한 달이 좀 넘은 사이다 대출실적은 150억원을 넘어섰다. 평균금리는 연 9.9%로 카드론(15.7%)보다 낮아 중금리대출을 선도했다고 평가받는다.
기세를 몰아 중금리대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TV광고를 시간 관계없이 내보낼 수 있도록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저축은행 TV광고 규정상, 특정 상품을 시간 규제에서 제외하는 예외조항이 없기 때문에 광고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SBI저축은행에 보냈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어린이·청소년의 건전한 금융 관념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 때문에 규제가 도입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금리 대출상품을 제외시킬 근거가 부족하다”며 “정부 서민금융상품인 ‘햇살론’과 저축은행 PR(이미지)광고도 역시 시간규제 적용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SBI저축은행관계자는 “애초 금융당국에서 대부업, 저축은행 광고를 규제한 이유는 고금리상품 광고 때문에 고금리 대출이 일어나서 소비자 피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금리를 대폭 낮춘 사이다는 그 문제가 해결이 됐는데도 (광고규제 완화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도 중금리대출 활성화를 목표로 잡았는데 저축은행에겐 기회가 제한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덧붙였다.
현재 저축은행은 평일 오전 7~9시, 오후 1~10시까지는 광고를 할 수 없고 공휴일에는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광고가 제한된다.
업계는 중금리대출 상품은 대부업체와 같은 규제를 받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평균금리가 20%대인 캐피털업체가 자유롭게 광고하는 것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현대, 롯데캐피탈 등은 평균금리가 20%대 후반인데도 규제 없이 광고한다”며 “고금리 대출광고를 제외한 중금리대출이나 예·적금 포함한 서민상품 광고제한은 풀어서 업계 경쟁력을 높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광고규제가 시행된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규제 완화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윤창호 금융위 중소서민금융정책국장은 “지금까지 무분별한 고금리대출로 비판받다가 규제를 초래했는 데 중금리대출을 출시했으니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것은 타당성이 떨어진다”며 “(광고규제로) 실제 시장에서 영업 애로를 겪고 있는지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혜 금융산업/금융IT 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