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최종건 SK그룹 창업주 부인 노순애 여사가 28일 오후 9시 39분 향년 89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고인은 고 최종건 회장이 1953년 폐허가 된 공장을 인수해 선경직물을 창립하고, ‘섬유에서 석유까지’ 수직계열화를 구축해 오늘날 SK그룹의 토대를 구축할 수 있도록 헌신적 내조와 맏며느리 역할을 다해 왔다. 지난 1973년 최 회장을 떠나 보낸 지 43년 만에 그의 곁에 영원히 잠들게 됐다.
1928년 경기도 용인에서 태어난 고인은 1949년 4월 22세에 두 살 연상 최 회장과 백년가약을 맺었다. 슬하에 3남 4녀를 뒀다.
고인은 효성 깊은 맏며느리로서 시부모님 공양에 지극했고, 최 회장이 사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종가집 집안 살림과 자식 교육에 전담하는 등 내조의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고인은 고 최종현 회장을 비롯해 최종관· 최종욱 고문 등 시동생이 결혼하기 전까지 함께 살며 보살피고, 결혼 등도 손수 챙겼다.
지난 2015년 고인의 미수연 당시 최태원 회장이 젊은 시절 수 년간 고인의 집에서 생활하며 큰어머님의 사랑과 지원을 받았다고 회고하며 감사 인사를 건네기도 했을 정도다.
고인은 자식 교육에서 항상 형제간 우애와 집안의 화목을 강조했다. 이런 탓에 SK그룹의 형제경영이 성과를 거둘 수 있었고, 다른 재벌가와 달리 SK그룹에서는 형제간 갈등이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조용한 내조와 자식 교육에 열중하던 고인은 여자로서, 어머니로서 수 차례 아픔을 겪기도 했다.
1973년에는 결혼 24년 만에 최 회장이 49세 젊은 나이에 폐암으로 세상을 떠나 기나긴 미망인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또, 지난 2000년에는 큰 아들이었던 윤원이 후두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큰 슬픔에 빠지기도 했다.
이후 고인은 2002년 둘째 아들 신원과 사재를 출연해 ‘선경 최종건 장학재단’을 설립하고 이사장에 취임한 뒤 지역 발전을 위한 후학 양성과 사회 봉사활동 등을 펼쳤다.고인의 유족으로는 신원(SKC 회장), 창원(SK케미칼 부회장), 그리고 딸 정원, 혜원, 지원, 예정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 강남구 일원동 서울삼성병원 장례식장이며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영결식은 31일 오전 9시, 장지는 서울 서대문구 광림선원이다.
김원배 통신방송 전문기자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