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VR 사업을 전개하는 대기업은 삼성전자와 LG전자로 압축된다. 삼성전자는 일찍부터 오큘러스와 협력해 스마트폰과 결합한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 ‘기어VR’ 시리즈를 내놨다. LG전자 역시 연구개발(R&D)을 통해 VR 구동이 가능한 ‘VR for G3’를 선보였다.
국내 대기업 특히 삼성전자가 가진 VR 기기 제조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 껍데기만 제공하는 중국 저가 제품과 달리 HMD 본체가 스마트폰 CPU, GPU 리소스를 활용하는 기능과 자체 센싱 능력을 갖췄다.
무선 환경에 적합한 것도 국내 대기업 강점으로 꼽힌다. ‘오큘러스 CV1’이나 소니 ‘PS VR’이 유선으로 연결해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에 비하면 움직임이 자유롭다. 스마트폰과 HMD 싱크(연결)·레이턴시(지연속도) 감소 기술도 뛰어나다.
삼성전자나 LG전자 모두 무겁고 부피가 큰 HMD 방식 기기보다 한 단계 진화한 ‘고글’ ‘수경’ 형 제품 완성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VR을 스마트폰 액서서리 사업 정도로 여기는 분위기는 국내 대기업이 가진 한계다. 콘텐츠 유통 플랫폼, 하드웨어 유통 플랫폼 구축 등 VR 생태계 구성에 필요한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콘텐츠 업계는 대기업에 비해 리소스가 빈약하지만 VR산업 진출에 적극적이다. 블루홀, 스코넥엔터테인먼트, 바른손이앤에이, 드래곤플라이 등이 상용 VR 콘텐츠 개발을 시작했다. 엔씨소프트나 넥슨 같은 선두 업체도 R&D에 열심이다.
스마트폰 킬러앱으로 자리 잡은 게임은 VR에 가장 빨리 적응 중이다. 딜로이트에 따르면 올해 VR 게임은 1000만 카피 이상 판매될 것으로 예상된다.
게임산업 전체로 보면 VR게임은 아직 초기 단계다. GDC가 세계 게임개발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2020년경 VR 단말 대중화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같은 조사에서 올해 출시를 목표로 VR 게임을 개발 중인 개발자는 16%다. 이는 지난해 7%에 비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다. 게임업체들이 모바일게임을 잇는 새로운 시장으로 VR에 주목하고 시장 선점을 위해 투자를 늘리는 것이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소니가 자체 ‘기기-플랫폼-생태계’로 구성된 수직계열 생태계를 만드는 것에 비해 국내는 아직 ‘솔로 플레이’에 가깝다.
가장 경쟁력 있는 디바이스는 스마트폰 주변 사업에 머물렀다. 콘텐츠 업체는 적극적이지만 대규모 R&D를 진행할 역량이 부족하다.
최정환 스코넥엔터테인먼트 부사장은 “VR 콘텐츠는 기존 장르와 사용자인터페이스(UI)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독자 운영체제(OS)가 필수적으로 따라올 수밖에 없다”며 “이미 구글 등 글로벌 사업자들이 OS 등 핵심 영역에 손을 댔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생태계 전체를 만드는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