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4분기(애플 회계기준 2016년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는 분석이다.
IDC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은 9.8%에 그쳐 처음으로 한 자리수 성장을 기록했다. 2011년 62.8%에 달했던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은 2012년 46.5%, 2013년 40.7%, 2014년 27.6%를 기록했다. 올해는 이보다 성장률이 더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 조사업체인 가트너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실었다. 가트너는 올해 세계 휴대폰 출하량이 2.6%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금액 기준으로 하면 휴대폰 시장이 마이너스 성장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아이폰 판매 감소 가능성에 주목한다. 글로벌 스마트폰시장 성장이 정체를 보이고 아이폰 출시 약발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모건스탠리는 보고서에서 “올해 1분기 아이폰 판매가 5000만대를 밑돌아 지난해 같은 기간 6117만대에서 급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아이폰 전체 출하량은 전년보다 5.7% 감소한 2억1800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2014년 1억6900만대에서 2015년 2억3100만대로 36%가 넘는 출하량 증가세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감소세다.
감소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애플은 최근 부품공급업체 주문을 줄였다. 음향부품업체 시러스로직은 지난 7일 스마트폰 수요감소 때문에 예상치보다 매출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시러스로직은 매출 60%를 애플에 의존한다.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애플에 공급하는 대만 TSMC는 1분기 매출액이 전년 대비 최대 11%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하이엔드 스마트폰 수요 부진이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TSMC 11% 수입 감소는 약 7년 만의 일이다.
실제 애플도 이날 2분기(1~3월) 매출이 500억~530억달러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시장 기대치 555억달러를 밑도는 것은 물론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580억달러)보다 11% 하락한 수치다. 2003년 이후 처음으로 매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줄어드는 것이다.
아이폰 부진은 달러 강세 때문이다. 애플 매출 가운데 3분의 2는 해외에서 나온다. 달러강세로 가격이 상승하면서 판매부진 요인이 됐다. 또 경기 침체로 미국과 일본은 물론 거대 시장인 중국과 홍콩, 대만 등 중화권에서 스마트폰 판매가 부진했던 것도 실적에 영향을 줬다.
루카 마에스트리 애플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중국과 홍콩시장 약화를 지켜보고 있다”며 “경제환경이 현재 이상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또 “캐나다, 브라질, 러시아에서도 (매출)성장 둔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며 “세계 많은 국가 경제가 침체에 놓여있다”고 덧붙였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장기적으로 매우 낙관적”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콘퍼런스콜에서 “중국 경기가 과거보다 약화되겠지만 단기변동성을 넘어 중국 시장은 여전히 우리에게 큰 기회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LTE 보급률이 낮은 가운데 중산층이 성장하는 상황인 만큼, 여전히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인도 비중을 높이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아이폰 판매확대에 가장 큰 걸림돌은 중국산 스마트폰이다. 대만 IT시장조사 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올해 세계시장에서 판매될 스마트폰 2대 중 1대는 중국폰일 것으로 전망했다. 화웨이와 샤오미, 레노버 등 중국 기업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저가폰을 내세워 물량 공세를 펼친다면 아이폰 입지는 더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애플 혁신 부재도 위기설을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출시된 아이폰6S와 6S플러스는 소비자를 확 끌어당길 정도로 뛰어난 성능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 3D터치를 도입했지만 아이폰 이전 모델 교체수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아이폰 부진이 회사 운명을 좌우할 정도라는게 애플의 딜레마다. 아이폰은 애플 전체 매출의 67%를 차지한다. 결국 아이폰 부진이 회사 발목을 잡은 것이다. 애플로서는 아이폰을 대체하고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할 품목이 필요하다.
애플은 지난해 음악 스트리밍 애플뮤직과 모바일 결제 애플페이 등 새 서비스를 도입해 사업을 강화했다. 그러나 이런 새 서비스가 아이폰을 보완할 만큼 매출을 창출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애플은 올봄 출시하는 아이폰5SE와 가을 출시하는 아이폰7에 기대를 걸고 있다. 애플 성장세는 2013년에 둔화조짐을 보였지만 2014년 9월 아이폰6와 6플러스 출시와 함께 반등했다. 아이폰5SE와 아이폰7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
아이폰이 다시 힘을 얻기 위해서는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케빈 켈리 리콘캐피털파트너스 최고투자책임자는 “애플이 이익이 감소하더라도 아이폰 가격을 낮춰 성장률을 높이는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