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 정부 지원 중단…거꾸로 가는 팹리스 육성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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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높시스 EDA 툴

중소 팹리스 업체 반도체설계자동화(EDA) 툴 지원 사업이 중단됐다. 정부가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를 육성하겠다고 공언하고도 정책은 오히려 거꾸로 간다는 비판이 비등했다.

24일 EDA 지원 사업을 추진해왔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산하 SW-SoC융합R&BD센터는 정부 예산이 끊기자 해당 사업을 대폭 축소했다. 팹리스 업계는 비용 부담이 커졌다.

ETRI는 올해부터 1년 단위 계약 기간을 2년으로 늘린다. EDA 구매 가격을 최대한 저렴하게 맞추기 위한 조치다. 지원 EDA 툴 종류도 대폭 축소했다.

EDA 툴 지원 사업은 열악한 팹리스 저변확대를 위해 지난 20여년간 진행한 사업이다. 정부 예산으로 EDA 툴을 구입해놓으면 이를 팹리스가 싸게 이용했다. 이 사업이 중단되면서 아이디어는 있지만 재정이 열악한 벤처가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주유상 ETRI SW-SoC융합R&BD센터 SW-SoC산업기술팀장은 “합성과 검증 등 꼭 필요로 하는 툴만 제공키로 했다”며 “팹리스 업계 비용 부담이 커진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ETRI에서 이용할 수 있는 EDA 툴은 시높시스와 멘토그래픽스 제품 등으로만 구성된다. 업계 2위 EDA 업체 케이던스는 “그 조건으로는 팔지 못 한다”며 ETRI와 계약 연장을 거부했다.

지난해 100개가 넘는 크고 작은 팹리스 업체가 ETRI를 활용해 EDA를 이용했다. 그러나 비용 상승, 지원 EDA 툴 종류 축소 등으로 올해는 EDA를 이용하는 기업 수가 전년 대비 30~40% 줄어들 것으로 ETRI는 전망했다.

정부 지원이 막히자 불법복제 툴을 사용할 우려도 높아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비교적 규모가 큰 국내 팹리스 업체가 시높시스 툴을 불법복제해 사용하다 발각돼 홍역을 앓았다”며 “이 30~40% 팹리스 업체 가운데 상당수는 EDA 툴 불법 복제 유혹을 떨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팹리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영세 팹리스 업체는 EDA 툴을 정상적으로 구입할 만한 여력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정부가 시스템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민간 반도체 업체에 설계 툴 지원 예산을 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일부 있다. 세계에서 EDA 툴 지원 사업을 펼쳐왔던 곳은 한국 밖에 없었다. 이 같은 지원 사업이 계속되면서 ‘EDA 툴은 공짜’라는 좋지 않은 인식이 퍼졌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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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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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생산용 실리콘 웨이퍼 원판 ⓒ게티이미지뱅크

표. EDA 툴 지원 예산

2012년96억원

2013년62억원

2014년48억원

2015년35억원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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