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부터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프리미엄 세단에 ‘가성비’부터 논한다는 게 곁가지부터 다루는 격일 수 있으나 운전하는 내내 이 단어를 지울 수 없었다. 외관 디자인에 감동한 지인에게 국산차와 견줄만한 가격을 이야기했을 때의 그 놀란 표정이란…. 80가지가 넘는 각종 편의사양을 경험하고 나니 동급 대비 가성비왕이라는 수식어에 일종의 확신까지 들었다.
크라이슬러 300C는 외관 디자인부터 이야기해야 한다. 우선 디자인부터가 프리미엄 그 자체를 말하는 듯하다. 유난히 큰 그릴과 그릴 하단에 좌우로 퍼진 크롬 장식이 ‘나는 프리미엄 세단이다’라고 말하는 듯 하다. 디자인 자체로도 훌륭하지만 후륜 구동이 4000만원대, 4륜구동이 5000만원대임을 감안하고 이 차를 본다면, 마음 속으로 느껴지는 웅장한 이미지는 더욱 배가된다.
인테리어도 뛰어나다. 무광 우드 트림과 부드러운 나파 가죽 시트 등이 럭셔리한 느낌을 더한다. 계기판 사이 운전자 정보 디스플레이와 터치스크린 멀티미디어, 로터리 방식 전자식 변속기 등으로 간결하게 마무리해 공간감도 넓혔다. 전달할 정보는 최대한 디스플레이에 담아 첨단 느낌을 연출하면서 버튼을 최소화한 덕이다.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없는 점이 아쉬웠지만, 운전 정보는 운전자 시선이 닿는 계기판 사이에 디스플레이를 배치해 보완했다.
실내 넓이는 E 세그먼트 대형 세단 정도 느낌이 든다. 사실 외관 느낌은 최고급 플래그십 세단(F세그먼트)이어서 실내는 그에 비해 좁아 보인다. 그러나 앞좌석 등받이를 오목하게 만든 디자인으로 만회했다. 이런 방식으로 뒷좌석 레그룸은 무릎 공간이 20mm를 늘렸다.
300C의 진수는 주행 시 나타난다. 300C에는 토크플라이트(TorqueFlite) 8단 자동변속기가 채택됐다. 8단에서 낮은 rpm을 영역대를 사용해 고속에서도 승차감이 좋았다. 서울·천안 간 경부 고속도로를 야간 고속으로 달리는 동안에도 확실히 피로감이 덜했다.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 휠 덕인지 핸들링도 정밀하다. 스포츠 버튼을 누르면 엔진 반응이 확실히 달라져 보다 경쾌한 주행이 가능했다.
운전자를 도와주는 첨단운전보조시스템(ADAS)도 감동을 더한다. 경로 내에 다른 차량이나 큰 장애물이 들어오면 그 속도를 감지해 운전자에게 경고를 울려준다. 필요할 경우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작동시킨다고 한다. 방향 지시등을 켜지 않은 상태에서 차량이 차선을 넘어가면 스티어링 휠에 약간의 진동을 줘 이를 바로잡도록 한다. 이러한 경고에도 차선이탈되면 자동으로 차량을 차선 내로 복귀시켜 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도 충분히 제어가능한 정도의 힘이어서 부담스럽지는 않다. 이 외에도 경험해 보지는 못했지만 많은 기능이 ‘가성비’를 톡톡히 높여준다. 운전자 브레이크 답력이 부족할 경우 자동으로 답력을 높여 사고 위험을 줄여주는 어드밴스드 브레이크 어시스트는 하이힐로 충분한 힘을 전달하지 못하는 여성에게 좋은 시스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겨울철에 유용한 열선 내장 스티어링 휠, 앞·뒤 좌석 열선 시트와 앞 좌석 통풍시트, 계절에 따라 음료의 온도를 유지 시켜주는 냉·온장 기능, 조명식 앞좌석 컵홀더, 운전자 체형에 따라 페달 높낮이를 조정할 수 있는 파워 조절식 페달 등이 기본으로 제공돼 만족도를 높였다.
문보경 자동차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