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홀한 자기개발로 단시간 반짝하고 사라진 선수들이 많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준비하는 것이 신념이기에 사이버대학에 입학하게 됐다.”
미국 프로야구 구단 LA 에인절스 최지만 선수는 지난해 한 사이버대학에 입학하며 그 이유를 밝혔다.
유명인의 사이버대학 입학은 그뿐만이 아니다. 그룹 B.A.P의 대현, 영재, 종업과 ‘쇼미더머니4’에서 활약한 팬텀의 한해, 긱스의 루이와 릴보이 그리고 드라마 ‘용팔이’에서 열연을 펼친 탤런트 송경철 등도 사이버대학에 입학해 이슈가 된 바 있다.
고등교육 저변확대와 평생교육 담당이라는 명분 아래 2001년 9개 사이버대학이 출범한지 15년이 지났다. 그간 많은 사이버대학이 설립과 폐지 등 부침을 겪었고 현재 21개 사이버대학이 설립돼 운영 중이다. 재학생만 10만명이 넘는다. 사이버대학 춘추전국시대인 셈이다.
이 기간 동안 사이버대학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설립 초기 사이버대학은 고등교육을 원하는 저학력자나 고령자들이 입학하는 학교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인식이 바뀌고 있다. 유명인들이 사이버대학 입학은 그 단적인 예다.
사이버대학 스스로가 변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용적인 교육과정을 담은 학과는 물론 새로운 사회 트렌드를 이끌어갈 학과를 새롭게 개설하고 있다. 과거에는 온라인으로 어디서나 교육받을 수 있다는 편의성이 강조됐다면 이제는 사회 진출이나 자신의 업무에 도움이 되는 교육과정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권준현 서울디지털대 입학팀장은 “직장인이 대다수로 자신의 직무지원이나 자기개발을 위한 강의를 원했다”며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이런 트렌드에 맞춘 수요자 맞춤형 학습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학교에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도 1년에 한 번씩 학생들을 대상으로 의견을 나눠 수요에 맞춘 강의를 개설하거나 학과를 설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이버대학은 매 학기마다 학생으로부터 강의 콘텐츠 평가를 실시해 하위권을 기록한 강의는 수정하거나 폐지하는 등 학습콘텐츠 질 향상을 위한 제도를 마련했다. 인기 학과들을 살펴보면 특성화학과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초 사이버대학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운 서울디지털대는 사이버대학 최초로 설립한 상담심리학과가 인기가 높다. 상담 기초이론과 탄탄한 학습, 학교 심리상담센터를 통한 실습 교육까지 체계적인 교육 과정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디자인학부를 확대 개편했다. 시각디자인, 생활환경디자인 2개 전공 과정을 신설하면서 세분화·전문화했다. 이외에도 금융소비자학과, 소프트웨어융합학과 등 산업 군에서 필요로 하는 트렌드에 맞춰 학과를 개편했다.
교육부 특성화 사업인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지원 대학에 2년 연속 선정된 세종사이버대도 학생들 수요와 시대적 트렌드에 맞춘 학과가 인기다. 아동심리학과는 사이버대 최초로 보육과 상담을 통합한 교과과정으로 개편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커리큘럼에는 최근 관심이 많아지고 있는 놀이치료와 아동 및 부모 대상 상담에 체계적인 교과과정이 구축됐다. 또 아동청소년 정신병리, 청소년 심리와 상담, 가족 스트레스와 대처, 부부상담, 가족상담 및 치료, 정서장애 이해와 치료 등 교과목을 개편했다.
조리산업경영학과는 옴니버스 방식의 강의 콘텐츠를 개발하고 세계적인 요리 명장으로 손꼽히는 박효남 셰프(전 밀레니엄 서울힐튼 조리상무)를 영입하는 등 현장 경험이 풍부한 교수진으로 강의 질을 한층 높였다.
이외에도 2014년 신설된 웹툰 전공은 유명 웹툰 작가인 ‘미생’ 윤태호 작가의 특별 강연을 개최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인문융합을 모토로 삼고 있는 원광디지털대는 웰빙건강이나 한국문화 관련 학과들이 특성화학과로 꼽힌다.
국내 최초로 술수학 전문가를 양성하는 동양학과는 동아시아 기층문화에 잠재되어 온 명리, 풍수, 기공양생 등을 교육한다. 현재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는 한국 술수학 연구에 체계적인 커리큘럼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유일의 차문화경영학과도 인기다. 국내 최초 4년제 학부 과정으로 동양과 서양의 차문화를 통합적으로 배울 수 있는 국내 유일한 학과로 차문화 기획 아티스트를 양성하고 있다.
다양한 자격증도 취득 가능하다. 한국다도사범, 중국다예사, 일본다도사범, 홍차티마스터, 바리스타, 인성교육지도사, 예절교육지도사, 효행교육지도사 등이 있다.
숭실사이버대는 많은 연예인이 다니는 엔터비즈니스학과가 인기다. 이 학과는 한류 3.0 시대를 맞아 디지털 콘텐츠 산업 시장 유통프로세스를 관리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엔터비즈니스 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기독교상담복지학과도 기독교 정신에 바탕을 둔 상담사 및 복지사를 양성해 주목을 받고 있다.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상담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호선 교수가 학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사이버대학 등록금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오프라인 대학보다 저렴하다. 학점 당 6만~8만원 수준으로 오프라인 대학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권준현 서울디지털대 팀장은 “서울디지털대는 10년간 등록금이 동결상태를 유지 중이고 이런 추세는 대부분 사이버대가 비슷한 수준이라”며 “학생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 중”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학교마다 다양한 장학지원 제도도 운영해 학비 부담을 줄이고 있다. 성적 우수자 장학금뿐만 아니라 학사편입학전형장학금, 산업체위탁전형장학금, 다문화장학금, 새터민 장학금 등이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이상원기자 slle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