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K(UHD, 3840×2160) 블루레이 시대가 열린다. 삼성전자와 파나소닉이 블루레이 플레이어 판매에 나섰고 미국 영화사는 인기 대작을 4K 블루레이 타이틀로 내놓는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4K 블루레이를 조기에 만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특수한 국내 콘텐츠 유통환경 때문에 사업성이 낮기 때문이다.
19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CES 2016에서 공개한 4K 블루레이 플레이어 ‘UBD-K8500’을 오는 3월 미국 시장에 내놓는다. 영화사 20세기폭스가 ‘마션’ ‘킹스맨’ 등 할리우드 화제작을 2월 중순부터 시장에 공급하기 때문이다.
4K 블루레이 플레이어는 지난해 파나소닉이 세계 최초로 ‘DMR-UBZ1’을 출시했지만 콘텐츠 부족으로 확산에 어려움을 겪었다. 40만엔의 높은 가격 또한 부담이었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 대신 ‘시장 확대’ 가능성을 보고 공개 및 출시 시기를 저울질하다 오는 3월로 결정했다. 가격은 500달러로 파나소닉 제품 10분의 1 수준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이른 시일 내 만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국내 4K 블루레이 타이틀 출시 시기가 명확치 않은데다 주문형비디오(VoD) 중심 콘텐츠 유통환경이 견고하기 때문이다. 업스케일링을 갖췄지만 정식 4K 블루레이 타이틀이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내놓았다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잠정적으로 ‘올해 상반기’를 내걸었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고위 관계자는 “블루레이가 세계적 콘텐츠 유통 매체로 자리 잡았지만 국내에서는 그렇지 않다”며 “기존 풀HD(1920×1080) 블루레이 플레이어도 국내 판매 및 보급은 세계 전체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국내 블루레이 시장은 축소세에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2010년 351억원이었던 국내 영화 패키지(블루레이+DVD) 매출액은 2014년 218억원으로 38% 줄었다. 그나마 2013년 210억원으로 감소했던 게 이듬해 ‘겨울왕국’ 흥행으로 3.8% 소폭 성장했을 뿐이다. 반면 2013년 미국 상위 100개 영화 블루레이 타이틀 판매액은 17억2983만달러로 2조원에 육박했다.
대조적으로 IPTV와 디지털케이블TV VoD를 위시한 디지털 온라인 유통 매출은 폭발적으로 증가, 같은 기간 1109억원에서 2971억원으로 갑절 이상 늘었다. 방송망을 이용한 TV VoD 전체 온라인 매출 비중은 2010년 44.3%에서 2014년 75.8%로 늘었다.
콘텐츠 이용 비용도 걸림돌이다. 국내에서 IPTV 사업자가 4K 영화 VoD를 편당 1만원 미만에 제공 중인데 비해 미국에 출시된 4K 블루레이 타이틀은 30달러에 판매 중이다. 적게는 3배, 많게는 7배 차이나는 가격이다. 영진위는 “‘겨울왕국’과 같은 소장가치가 높은 콘텐츠가 없다면 패키지 시장 축소는 계속될 것”이라 내다봤다.
하지만 세계 블루레이 플레이어 시장은 확대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 인더스트리 애널리틱스는 2017년 세계 블루레이 플레이어 시장 규모를 65억달러로 예측했다. 4K 전송 인프라가 부족한 가운데 블루레이가 콘텐츠에 목마른 4K TV에 단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 중국에서 4K TV 보급 증가와 함께 플레이어, 타이틀 시장 확대도 기대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2005년 블루레이 디스크협회(BDA) 창립 구성원으로서 지난해 8월 발표된 4K 블루레이 표준 마련에 참여하는 등 시장을 이끌고 있다.
※ 국내 영화 콘텐츠 유통 경로별 매출액 (단위: 억원, 자료: 영화진흥위원회)
※ 한·미 4K 콘텐츠 이용요금 비교 (자료: 업계, 환율은 1달러 당 1212.30원)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