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 수가 1년 새에 50%나 늘었다. 겉보기에는 사업자가 늘어 산업이 활성화되는 것 같지만, 업계는 산업규모는 성장하지 않으면서 경쟁만 치열해지는 레드오션화를 우려한다. 정부 등록기준 완화가 ESCO시장 혼란만 가중시킨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ESCO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4년 말 ESCO 등록기준이 완화되면서 지난해 120여개 업체가 새롭게 ESCO로 등록했다. ESCO 수는 2014년 220개에서 지난해 323개로 증가했다.
전문인력·자산·등록장비 등 등록기준 전반에 걸친 기준완화로 정보통신기술(ICT) 등 다양한 기술을 가진 기업 시장진입이 용이해졌다. 덕분에 ESCO등록 업체수가 증가하고 있으나, 늘어난 ESCO 수는 시장 난립과 경쟁심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정부는 ESCO 산업에 ICT를 접목해 에너지관리시스템(EMS)을 확산하려고 기준을 완화했으나, 정작 신규 등록한 곳은 대부분 LED조명, 전기공사업체가 주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신규 등록업체가 본격적으로 ESCO 사업에 나설 올해, 단순 LED조명교체 같은 사업유형만 늘어나고 정부가 기대한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 등 사업 활성화는 묘연할 것으로 예상된다.
ESCO 시장 규모는 연간 2000억원 정도로 정부 융자자금 수준으로 형성된다. 올해도 이와 비슷한 2250억원으로 책정됐다. 이렇게 한정된 시장에 사업자가 대거 진입했고, 대부분 단순 조명교체 정도나 수행할 수 있는 업체만 늘다보니 해당 분야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 자금은 늘어난 ESCO 수로 나누면 한 개 업체당 6억원 정도밖에 돌아가지 않는다. 지난해 일부 ICT 대기업이 ESCO 사업 명목을 유지하기 위해 몇 억원짜리 소규모 조명교체 사업에까지 참여한 사례도 있다.
ESCO 경영환경은 악화추세다. 지난 2011년 ESCO 평균 부채비율과 이익률은 각각 152%, 7.5%였으나 지속적으로 어려워져 지난해 174%, 5%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업계는 등록기준 완화로 ESCO가 기술력을 갖춰야 할 요건이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공장 공정개선 같은 ESCO 사업은 정밀한 에너지진단과 엔지니어링기술이 접목돼야 하는데 이런 사업 수행능력을 갖추지 않고서도 ESCO로 등록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역량 미달인 업체가 ESCO에 등록해 홍보수단으로 삼거나 정부지원금만을 받기 위해 ESCO는 서류상 신청만 수행하는 역할에 집중하는 등 ESCO제도를 악용할 우려가 있어 이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ESCO업계 관계자는 “ESCO사업은 일반공사와 달리 자금·설비·컨설팅·유지관리·측정검증(M&V)·엔지니어링서비스를 아우르는 에너지종합기술 서비스업”이라며 “ESCO가 기술력 강화를 위한 인력 교육, 기술개발 등 노력을 지속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에너지절약 전문기업(ESCO)=에너지 절약을 위해 공장·건물 등에서 공정을 개선하거나 설비를 교체할 때 정부 지원금을 받고 에너지 절약분으로 이를 상환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매년 ESCO 자금을 마련해 초기 투자비를 지원한다. 해당 기업은 에너지 사용자를 찾아가 절감 요인을 발굴하고 에너지 효율 사업을 추진한다.
<(자료:ESCO협회)>
함봉균 에너지/환경 전문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