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간소화, 기관간 불협화음으로 영세업체만 `혼란`

변경된 연말정산 정보 입력방식을 놓고 관련업체가 혼란을 겪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근로자가 직접 입력하는 방식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그럼에도 규정된 입력방식은 경리담당자가 취합해야 한다. 정부 말만 믿고 준비를 하지 않은 영세업체들은 외부위탁 등 별도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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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3.0추진위원회는 지난해 초 근로자가 직접 연말정산 정보를 입력하는 방식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근로자가 연말정산 관련 정보를 국세청 사이트 내에서 자동으로 수집, 입력한다. 경리담당자가 없는 영세업체 연말정산 업무를 간소화한다는 명목이다.

하지만 지난 15일 시작된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는 근로자가 아닌 기업 내 경리담당자가 정보를 입력하는 방식이다. 국세청은 정부3.0추진위원회가 관련 법률을 인지하지 못한 채 발표했다고 지적한다.

김용진 국세청 서기관은 “소득세법에 따라 연말정산 최종 정보입력은 원천징수의무자인 경리담당자가 한다”며 “근로자가 연말정산 정보를 직접 입력하려면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당수 영세업체는 정부3.0추진위원회 발표만 믿고 준비를 안 했다. 뒤늦게 연말정산 정보 입력을 경리담당자가 해야 하는 것을 알고 대응에 분주하다. 현실적으로 비용을 투입해 외부 세무법인에 위탁하는 방법 이외에 마땅한 대안이 없다. 국세청에서 제공하는 연말정산 처리 프로그램은 홍보가 부족해 있는지조차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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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 한 사장은 “근로자가 관련 내용을 입력하면 정부가 자동으로 처리해주는 것으로 알았다”며 “결국 많은 비용을 들여 외부 세무업체에 위탁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급여 프로그램 등 전사자원관리(ERP)시스템 제공 업체도 어려움을 겪는다.

ERP 공급업체 관계자는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 시작 직전 정보 입력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급하게 연말정산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며 “촉박한 일정으로 개발 비용이 늘었다”고 토로했다. 해당 업체 직원은 연말정산 간소화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를 개방한 지난해 12월 8일 정보 입력 방식을 알았다.

일반기업도 관련 프로그램 개발로 연말정산 서비스가 시작됐지만 업무를 처리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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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1월 세종시 국세청사에서 열린 전국세무관서장회의에서 연말정산 간소화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정부 기관 간 불협화음이 발생한 대표 사례라는 지적이다. 정부3.0추진위원회는 국세청 간 협업 없이 대국민 발표만 서둔 셈이다.

다른 영세업체 B기업 대표는 “정부 기관 간 협력이 이뤄지지 않아 영세업체만 곤란한 상황”이라며 “근로자 납세 형평성 원칙을 지키기 위해 연말정산 간소화 작업에 영세업체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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