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직업병 논란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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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직업병 ‘피해 주장자’ 대다수는 반올림에서 떨어져 나와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를 꾸렸다. 이들은 “반올림이 실제적 보상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올림은 보상, 사과보다 재발방지 대책 마련이 먼저라고 말해왔다. 외부 감사기구를 두고 삼성전자를 감시하겠다는 것이 그들 주장이었다. 삼성전자는 그것만은 안 된다며 버텼다. 법에도 없는 주장을 받아들일 기업은 세계 어느 곳에도 없다고 강조했다.

협상은 길어졌다. 반올림에도 내분이 생겼다. 피해 당사자라 주장하던 이들은 빨리 보상 받고 이 일을 매듭짓자고 했다.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반올림 활동가는 “싫으면 나가라”고 말했다. 그렇게 반올림에서 쫓겨난 이들은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를 꾸렸다.

그 이후 협상에 속도가 붙었다. 조정위원회가 꾸려졌다. 삼성전자는 조정안을 대부분 수용해 보상 기준을 세웠다. 권고안이 제시한 질병 28종 가운데 유산과 불임 외 모든 질병을 보상 대상에 넣었다. 인과관계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기준에 부합하면 보상금이 나갔다. 그러나 반올림은 재발방지 대책이 우선이라며 보상 활동을 반대했다. 장외 농성을 이어갔다.

마침내 반올림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삼성전자,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 반올림은 지난 12일 옴부즈만위원회라는 외부 감시 기구를 설치하는데 동의했다. 백수현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전무는 합의서에 사인한 후 황상기 반올림 측 교섭대표에 악수를 청했다. 황씨는 눈도 마주치지 않고 악수를 거절했다. 그는 곧바로 기자들과 만나 “보상, 사과, 재발방지 대책 가운데 한 가지만 합의한 것”이라며 “우리 의견이 관철되지 않으면 농성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14일 그들은 삼성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비밀유지각서’ 운운하며 삼성전자에 ‘더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피해 입은 사람들의 사례를 거론하며 삼성의 보상 과정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보상을 가로막을 땐 재발방지 대책을 걸고 넘어졌다. 이젠 다시 마무리된 사안을 걸고 넘어졌다. ‘부당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생각은 무시됐다.

삼성전자 보상 활동은 이미 초법적이다. 대한민국 산재보험 근간을 흔들 정도다. 피해여부를 보상기준으로 삼은 것이 아니라 사회적 부조 차원에서 보상을 실시했다. 언제까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인정하라는 협상이 계속돼야 하는지, 지켜보는 이도 답답하다.


한주엽기자 powerus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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