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금융결제망 전면 개편은 앞으로 모든 국가가 비현금지급 결제 시장에 대비해야 한다는 속내가 담겨있다.
은행 총수익 중 절반 이상이 비현금지급수단 거래 수익으로 바뀌었고 핀테크 등 지급결제 산업 변화로 차세대 금융결제망을 통해 시장 욕구를 조기 해소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반영됐다.
수십년간 옥상옥 은행으로 군림하던 한은이 금융 인프라 전면 개편에 나선 것이 그 방증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비현금 지급수단의 총 거래건수는 7498억건, 거래금액 782조달러, 거래수익 2530억달러로 예상된다. 2010년 대비 두배 이상 성장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지급결제 산업이 금융위기 영향으로 수익성 악화를 경험하고 있고 금융기관은 악화된 수익 만회를 위해 최근 금융환경 변화에 능동 대처를 위한 투자에 나섰다. 그 투자 중심에는 핀테크 기반 비현금지급 결제 시장이 있다.
한국은행도 이 같은 맥락에서 중장기 지급결제 추진 전략을 마련했고 12개 과제를 우선 선정했다. 지급결제 산업 경쟁심화, 규제 및 감독강화, 소비자 지급결제 행태 및 선호도 변화 등에 따른 최적 사업모델 적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은이 발표한 중장기 전략은 차세대 한은 금융망 구축과 금융정보화 사업 확대, 디지털통화·블럭체인 기술 등을 활용해 지급결제 패러다임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현금 없는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라는 인식 아래 한은도 세계 지급결제 생태계 변화에 한발 다가선 것이다.
미국은 2020년 비현금지급수단 총거래 금액, 건수가 2010년 대비 연평균 6~8%증가해 각각 209조달러, 3157억건을 기록할 전망이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비현금지급수단 거래규모는 연평균 3% 증가한 반면에 거래수익은 4% 감소했다. 특히 신용카드개혁법, 금융개혁법 제정 등 지급결제 관련 규제 강화는 미국 카드산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쳐 연간 지급결제 수익이 약 250달러 감소할 전망이다.
유럽도 2020년 비현금지급수단 총 거래건수는 1556건, 거래금액은 208조달러로 10년 전 같은 기간보다 6% 증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는 비현금지급수단 부문 연평균 13% 성장이 예상된다.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한은 지급결제 중장기 전략은 국내 금융망을 업그레이드 한다는 단기 목표가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해외 국가와 지급결제 부문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생존 의미도 담고 있다.
박이락 한은 금융결제국장은 “핀테크 확산, 금융소비자 행태 변화에 따라 혁신적인 지급서비스가 확산되고 있다”며 “IT·금융 융합 가속화에 따른 지급결제 패러다임을 바꾸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금융시장에는 각종 플랫폼사업자와 통신사, 스마트폰 제조사까지 먹을거리 창출을 위해 뛰어들고 있다. 블록체인과 분산원장 기술 기반 비트코인 등 디지털통화까지 등장했다.
이번 중장기 개편과제는 한은 단독으로 수행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국내 금융기관 협조와 인프라 공조 필요성을 제기한다. 이를 위해 한은은 CPMI, 동아시아·태평양 중앙은행 기구, 동남아시아 중앙은행기구(SEACEN), CLS감시위원회 등과 적극 연계해 국제 기준 등에 우리나라 입장이 반영되도록 총력전을 펼칠 계획이다. 아울러 개도국 지급결제 현대화 지원과 국가 간 소액결제망 연계사업에 동참할 예정이다.
세계 비현금지급결제시장 전망(2020년) (단위 : 백만건, 10억달러)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